퀄컴과 공정거래위원회 간 소송전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퀄컴에 대한 문제 제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대만 등 세계 곳곳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공정위보다 앞선 2015년 퀄컴에다 1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세계 경쟁 당국은 중국보다 한국 공정위의 결정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NDRC 제재에는 경쟁 모뎀 칩세트사와 재협상 등 핵심 시정 조치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퀄컴 제재를 확정한 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애플이 각각 퀄컴의 위법성을 제기했다. 세부 내용에는 차이가 있지만 쟁점의 핵심은 결국 `라이선스 방식의 불공정성 여부`다.
퀄컴은 FTC 주장에 대해 결함이 있는 법리에 기반을 둔 소송이라고 반박했다. 애플의 주장은 억지가 많으며, 소송이 결국 라이선스 비용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퀄컴이 각 소송에 자신감을 내비치며 치열한 법정 공방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20일 “공정위가 퀄컴 제재를 확정하자 미국 FTC, 애플도 자신 있게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퀄컴과 공정위 간 소송 결과가 FTC, 애플 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퀄컴과 공정위 간 소송 결과에 대한 전문가 전망은 엇갈렸다.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공정위가 다소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2009년에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퀄컴 사건과 관련해 2013년 서울고등법원은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조만간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다.
반면에 퀄컴이 공정위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어 공정위의 판단이 뒤집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동통신 모뎀 칩세트 시장 분석이 천차만별이어서 공정위가 경쟁 제한성을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이 소송을 거치며 축소된 사례가 적지 않아 과징금 산정도 다시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한 변호사는 “과거 소송 사례를 고려하면 퀄컴이 결과를 완전히 뒤집을 확률은 높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퀄컴의 반박 논리에도 일리가 있는 데다 총력을 기울여서 소송에 임할 것으로 보여 결과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