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가 법안심사에 돌입하면서 은산분리 완화가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다.
인터넷은행에 대해 은산분리 적용 예외는 곧 출범하는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의 향후 사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찬반이 극명하게 갈려 결정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법안 심사에 앞서 전문가 공청회를 열었다.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은행지분 10%(의결권 4%) 이상을 가질 수 없다.
현재 국회에는 인터넷은행에 한해 ICT 기업이 지분을 34~50%까지 보유하도록 풀어주는 은행법 개정안과 특례법이 계류 중이다.
현행법을 적용하면 KT, 카카오 등 ICT 업체는 4% 의결권에 묶여 새로운 도전을 주도하기 어렵게 된다. ICT 업체가 주도권을 쥐고 혁신적인 인터넷은행을 만들려고 했던 취지를 살릴 수 없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현재 발의된 인터넷은행 특례법은 기존 은행법보다 더 강한 규제를 담고 있다”며 “은산분리 완화가 곧 재벌 사금고화로 이어진다는 것은 성급한 인과관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터넷은행은 기존 은행과 사업 채널이 다른 별도 영역으로 봐야 한다”며 “기존 규제 틀이 아닌 ICT-금융이 융합된 새로운 비즈니스 진흥 차원에서 접근해달라”고 호소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도 “(ICT 기업의) 인터넷은행업 진출은 국가 경제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며 “은행산업 건전성·수익성이 모두 악화된 상황에서 인터넷은행은 미래 성장동력이 될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산분리 완화를 위한 여론이 녹록지 않다. 최순실 사태로 불거진 대기업과 정경유착 의혹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고, 인터넷은행의 재벌 사금고 전락 우려도 여전하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주주인 ICT 기업이 부실하게 되면 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해 자금 지원을 받으려는 유혹이 생긴다”며 “인터넷은행도 연달아 부실해질 가능성이 커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예금자에게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형평성 문제도 지적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국민 부담을 수반하는 예금보험 등 보호는 그대로 둔 채 은산분리 규제만 제거하는 것은 산업자본에 대한 엄청난 특혜”라며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했다.
전 교수는 “미국도 은행지주회사법을 통해 엄격한 은산분리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산업자본이 대주주인 은행이 은산분리 예외 적용을 받으려면 요구불예금을 수납하지 않거나 총자산이 1억달러(한화 약 1200억원) 이내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는 이번 공청회에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21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은행법 등 소위에 계류 중인 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2월 임시국회에서 인터넷은행 관련 법안 통과에 주력할 방침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에서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은행법이 처리되도록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한 바 있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