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핀테크, `꽃길` 걷기 위해서는

이한용 아이씨비 대표
이한용 아이씨비 대표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핀테크 기업에 2019년까지 3조원을 투자하고 민·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핀테크를 `육성`에서 `발전`으로 견인하는 행보가 본격화된 것이다. 핀테크가 산업계 화두로 떠오르고 다양한 핀테크 기업과 기술이 등장한 지도 어느덧 3년여 시간이 흐른 만큼 금융 당국의 움직임은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구체화된 로드맵은 준비하고 있지만 앞으로 핀테크 분야에서 장벽으로 작용한 각종 규제와 기존 제도가 완화되면 기업의 우수한 잠재력이 발휘될 수 있는 무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이쯤에서 기본으로 돌아가 생각해 봐야 할 점이 몇 가지 있다.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멍석이 깔리는 시점에서 우리 핀테크 기업은 무엇을 고려하고 준비해야 하는가다. 제도가 개선되고 규제가 낮아지면 자연스레 핀테크 산업에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이란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핀테크 산업에 피어 오르기 시작한 기대를 `기회`로 전환하고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의 철저한 준비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기술 평준화 시대에 이른 만큼 `서비스` 측면에서 충분한 고민과 접근이 필요하다. 지난 3년 동안 스마트폰 대중화로 핀테크 관심이 높아지면서 많은 기술과 서비스가 등장했다. 그러나 짧은 시일 안에 시장과 소비자에게 외면 받고 사라진 사례도 결코 적지 않다.

그 사례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서비스 이용이 복잡하고 불편하거나 소비자에게 불필요한 서비스였음을 파악할 수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소비자 요구보다 기술을 우선시한 이른바 `기술 맹신`의 오류를 범한 사례다.

사업가 입장에서 다양한 기술과 정보를 반영해 소비자의 편리함을 극대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와 서비스를 접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간결하지 않은 서비스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평소 복잡하고 어렵다는 인식이 강한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는 특히나 더욱 그렇다.

필자는 얼마 전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국내 소상공인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용자 모두가 익숙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직관 서비스인가?` 오랜 내부 논의 끝에 중국인에게 익숙한 QR코드 결제를 사용하고 소상공인 입장에선 결제 과정을 최소화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방향을 정했다. 그 결과 스마트폰으로 결제 금액을 입력하면 QR코드가 생성돼 중국인 관광객은 해당 QR코드만 스캔하면 결제가 되는 간결한 서비스가 탄생했고, 현재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많은 사업자가 빠지곤 하는 기술 맹신도 주의해야 한다. 최첨단 정보기술(IT)은 사업자 입장에선 매력이 있을지 몰라도 소비자에겐 낯설고 어려운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신기술이라는 이름에 덧씌워진 신기루를 잠시 걷어 내고 과연 누구에게 이로운 기술인지, 소비자의 삶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해당 기술이 일상생활에 확대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는지도 꼭 함께 살펴볼 요소다.

각계의 노력과 지원 속에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씨앗은 뿌려졌다. 이제 씨앗이 움트고 꽃을 피울 차례다. 많은 고민과 어려움을 안으며 핀테크 시대를 위해 애써 온 기업이 함께 `꽃길`을 걸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이한용 아이씨비 대표 ceo@icb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