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하나로 가동중지 2년 7개월... R&D, 산업재료 수급 막대한 차질](https://img.etnews.com/photonews/1702/924620_20170221170046_853_0007.jpg)
국내 유일의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HANARO)`가 2014년 7월 이후 가동을 정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시설 내진 보강 요구로 원자로 가동을 멈춘 뒤 2년 7개월이 지났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당초 1년 6개월 안에 시설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공사가 지연되고 원자력 이용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재가동 시점도 차일피일 미뤄졌다.
보강 공사가 다음 달 마무리되지만 재가동 여부는 미지수다. 최근 불거진 핵폐기물 불법 폐기 문제도 하나로의 재가동을 가로막는 복병이 됐다. 하나로는 올해 안에 재가동돼도 이용 기반 회복에는 2~3년이 소요된다. 그러는 사이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하나로 가동 중단은 과학기술·산업계의 피해로 이어졌다. 하나로는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세계 10위권의 고성능 연구로다. 국내에는 하나뿐인 중성자 과학, 방사화 분석, 핵기술 등 첨단 분야 연구 공간이다. 방사성동위원소, 규소반도체 소재 등을 생산할 수 있어 산업 가치도 막대하다. 하나로의 가동 중지로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정부 연구개발(R&D)인 `제4차 원자력연구개발 2단계 사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연구 완료 시점이 이달 말이지만 마무리되지 못했다.
대표 연구가 `중성자 융·복합 연구`다. 중성자 산란 현상으로 과학 결과물을 도출하는 연구다. 하나로가 2011년 중성자 관련 연구 기능을 갖추면서 새롭게 시작됐다. 그러나 2단계 연구 착수 시점인 2015년 3월 하나로 내진 보강 공사 공문이 접수되면서 멈춰야 했다.
해당 연구 부서인 중성자과학연구부는 과제 기간 4개월 연장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언제 하나로가 재가동될지 알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해외 시설 활용도 있다. 그러나 연구 기밀을 보호하기가 어렵다. 제5차 원자력 연구개발 사업의 차질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산 `기장 수출용 신형 연구로(기장 연구로)` 개발 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기장 연구로는 하나로에 기반을 두고 최신 기술을 추가 적용한 고성능 연구로다. 20% 이하 저농축 우라늄으로도 높은 출력을 낸다. 2015년 하나로에서 관련 실증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이 역시 하나로 가동 중지로 한 번 남은 핵연료의 건전성 실험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하나로를 이용하는 외부 대학과 연구기관도 피해를 보고 있다. 원자력연은 2014년 6월 `대형연구시설 공동이용 활성화 사업`에 참여했다. 대학과 연구기관이 하나로를 활용해 25개 연구를 진행하게 됐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연구 주제를 바꾸거나 사업 기간을 연장할 수밖에 없었다.
산·학·연 연구자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하나로 연구 목적 이용자는 2009년 50개 기관 327명을 기점으로 2013년 88개 기관 877명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가동 중지 시점인 2014년에 72개 기관 594명까지 떨어졌다. 그 이후 아무도 하나로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창희 원자력연 중성자과학연구부장은 21일 “하나로는 국내 유일의 연구용 원자로로, 이를 활용해 연구를 하기 위한 안팎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시설”이라면서 “관련된 모든 연구가 2년 이상 정체되면서 국내 과학 기술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산업계에서는 하나로에서 생산하던 재료를 이용하지 못해 막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 갑상샘암 진단 및 치료에 사용하는 방사성 동위원소 `요오드-131`이 대표 사례다. 하나로는 연간 1000큐리(Ci) 이상을 공급해 왔다. 국내 공급량의 70% 이상이다. 그러나 요오드-131을 자체 생산하지 못하게 되면서 국내 관련 시장도 제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자력연이 2014년 하반기부터 제품 품귀를 막기 위해 300~500Ci 분량의 원료를 수입·공급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원자력연이 제조·공급하던 어린이 신경아세포종 치료제(m-IBG) 수급도 어렵다.
실리콘 고전력 반도체화 처리 공정도 불가능해졌다. 하나로는 그동안 부도체 상태의 순수 실리콘에 중성자를 쪼여서 연간 약 15톤의 고전력 반도체를 생산했다. 관련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그러나 2년 넘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각종 산업에 필수인 비파괴 검사도 불가능해 졌다.
하나로를 활용한 산업 재료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기업의 한숨도 깊어 가고 있다.
박춘득 호진산업 지사장은 “하나로 가동 중지 이전에는 산업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원활하게 공급 받았지만 현재는 해외 수입 물량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예전에 비해 30% 이상 제품 생산 단가가 올라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원자력연은 하나로가 되도록 빨리 재가동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하나로의 가동 중지는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였지만 재가동 시점을 앞당겨야 업계 피해가 최소화된다는 입장이다.
김종경 원장은 “내진 보강을 통한 원자력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면서 “다만 하나로가 과학 기술,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최대한 빠른 재가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