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심지어 구글도 하는 양자 투자

[기자수첩]심지어 구글도 하는 양자 투자

“한국은 왜 양자에 투자를 안 하나?”

지난달 스위스에서 만난 니콜라 지생 제네바대 물리학과 교수는 기자에게 물었다. 양자물리학 권위자인 노 교수의 눈에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선도하는 한국이 정작 화두인 양자 산업에 무관심한 게 이상한 모양이었다.지난 17일 지중해 소국 몰타에 모인 유럽연합(EU)은 양자 산업 투자 로드맵을 중간 점검했다. 양자 통신과 소자, 컴퓨터 등에 두루 투자하기로 했다. 투자 규모가 10억유로(약 1조2000억원)다. EU가 내세운 목표가 흥미롭다.

“유럽은 ICT의 흐름을 놓쳐서 기술은 있지만 상업화에 실패했다. 이번 양자혁명은 유럽이 세계를 선도하자.”

한국은 자칭 ICT 강국이다. 그 지위를 언제까지 유지할지는 불투명하다. ICT 흐름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ICT 산업 흐름의 근본이 변화됐음을 간파하고 '제2 양자혁명'을 선언했다. 나노보다 작은 양자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미 베이징과 상하이를 잇는 2000㎞짜리 양자암호통신망을 깔았다. 지난해 양자위성까지 쐈다.

미국은 정부와 기업 모두 분주하다. 구글은 정보 유통 전 단계를 양자 기술로 처리하는 세계를 구상하고 있다. 이르면 5년, 늦어도 10년을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반신반의한다. 정부도 기업도 양자 기술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양자 국책 과제도 예산이 삭감될 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감돈다.

“그렇게 좋은 기술이면 구글이 왜 하지 않나.”

우스갯소리겠지만 의사결정권자 가운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중요한 점은 구글도 한다는 사실이다. 다만 알파고처럼 떠들썩한 이벤트가 없었고 양자로 돈 벌었다는 소식도 아직 없을 뿐이다.

우리는 이제 안다. 그런 이벤트와 소식이 나타난 후에는 이미 늦는다는 것을.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