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거대한 제국이 지구 행성의 동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지금까지의 제국은 실제 영토 정복에 의한 공간의 전체성(全體性)을 지배했다. 그러나 새로운 제국은 초생명체처럼 자기 진화를 반복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비축하고 있다. 언필칭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부르고 있다.
120년 전 산업혁명으로 에너지를 비축한 열강들은 넘쳐 나는 힘을 주체 못해 제국주의라는 깃발로 세계를 유린했다. 대한제국은 그들의 희생물이 됐다. 비운의 국가로 전락하고, 국민들은 참담한 질곡의 역사를 겪어야 했다.
21세기 들어와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강력한 디지털 제국주의 회오리에 휩쓸리고 있다. 21세기 제국은 탈중심화된 초연결·초지능 네트워크 상의 지배 장치를 통한 보이지 않는 디지털 제국이다. 제국의 정체는 수십억 소비자들의 자발에 따른 교사 역할을 통해 학습되고 증강되는 초지능 플랫폼이기도 하다. 몇 년 뒤에는 주변부 국민 국가의 주권으로는 도저히 제압할 수 없는 리바이어던의 모습으로 성큼 다가올 것이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은 첨단 인터넷을 심층 기반으로 하여 인공지능(AI)이 혈액처럼 흐르고, 공기처럼 생활 세계를 에워싸는 초연결·초지능 혁명이다. 이 혁명으로 재설계되는 디지털 제국의 공간은 탈영토이지만 지구 차원에서 단기간에 한계 비용을 제로에 근접시키면서 세계 시스템의 질서를 재구축한다. 필자는 앞으로 5년이 대한민국 흥망성쇠를 가름하는 운명의 시간이라는 전제 아래 4차 산업혁명 시대 국가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4차 산업혁명 입국 전략으로 단국 이래 최대의 국가 대개조 사업이라는 비장한 각오 아래 국가 시스템을 디자인할 `4차 산업혁명 입국 기초기원회`를 출범시킨다. 이 위원회는 새 정부의 대통령 프로젝트이자 국정 최우선 순위에서 국가 역량을 결집시킬 늠름한 이념, 확고한 비전, 튼튼한 전략을 관통하는 기본 틀(Korea 5.0)을 디자인한다.
둘째 4차 산업혁명 입국 전략이란 서사(敍事) 형태의 영조물을 설계할 이 위원회의 구성원은 통렬한 각오와 멸사봉공의 집념, 각계의 대표성과 영혼을 지녀야 한다.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이 위원회를 민첩하게 가동한다.
셋째 상기 기초위원회가 마련한 4차 산업혁명 입국 전략을 5년 동안 일관성 있게 시행할 주체로서 `4차 산업혁명 전략본부`를 둔다. 본부장은 대통령이 돼 `기초위원회`에서 제시한 국가 개조 전략 프로젝트 추진, 부처 횡단 간 종합 조정, 관련 예산의 전략 배정, 규제 혁파, 성과 관리와 평가 등을 총괄 점검하는 총사령관이 돼야 한다.
넷째 각 부처는 상기 본부에서 결정하는 부문별 개조 전략의 명확한 관리 및 실시 주체가 된다. 장관은 소관 전략 어젠다별 인프라 구축과 플랫폼 운용, 이를 통한 국가 주력 신산업 창출과 일자리 대책을 연계·총괄하는 야전사령관 역할을 수행한다. 넷째 액션 전략은 국가 차원의 극복 과제와 국민 요청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도전 과제를 선정한다. 전략별 목표와 해결 과제, 최적 플랫폼 설계, 고용과 산업 파급 효과, 기술 획득과 표준화 전략, 테스트베드 등이 한몸처럼 작동해야 한다. 이 경우 정치공학 차원이 아닌 국민 수요자 입장에서 4차 산업혁명 선도 특구를 지정할 필요성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질풍노도처럼 밀려들고 있다. 5000년 역사에서 신문명의 중심부로 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와 복합 위기가 동시에 몰려오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우리 상황은 19세기 중국의 계몽 혁명가 사찬태(謝纘泰)의 동아시아 시국도(時局圖) 데자뷔라면 부질없는 논리의 비약일까? 지금은 인류사의 대전환기다. 국회, 정부, 산업계, 국민이 혼연일체가 돼 국가 생존과 도전을 위해 절절하게 국가 총의를 결집할 때다.
하원규 초빙연구원/ ETRI 초연결원천연구본부(wgha@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