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통신 품질이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더 이상 속도 향상과 경쟁이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속도는 통신사업자의 차별화 수단이자 마케팅 도구다.
매년 망 고도화에 수조원을 투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신사는 `10배 빠른 인터넷`이라는 수식어를 앞세워 기가인터넷 가입자를 유치했다. 기가인터넷 가입자는 약 340만명(2016년 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이용자가 체감하는 속도는 초고속인터넷(100Mbps급)의 2~3배 수준이다. 외형 성장의 이면에 내실 성장이 동반되지 않은 것이다. 유선뿐만 아니라 무선도 마찬가지다.
◇기가인터넷, 품질 전반 낮아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의 `인터넷 품질 측정(speed.nia.or.kr)` 서비스의 연간 이용 건수는 유선 300만건, 무선 50만건에 이른다. 매달 약 29만건의 인터넷 품질 측정이 이뤄진다.
이용자는 대부분 일반 국민이다. 측정 장소는 다양하다. 일반 사용자가 실제 체감하는 속도여서 통계의 신뢰성이 높다. 통계치 의미가 남다르다.
인터넷 품질 측정 서비스에 따르면 통신사와 케이블TV 기가인터넷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288.5Mbps에 불과하다. 10배 빠른 인터넷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다. 1Gbps는 아니라 하더라도 800~900Mbps는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 사뭇 다르다.
통신사는 1Gbps급과 500Mbps급 기가인터넷 서비스를 판매한다. 1Gbps 서비스는 800Mbps 이상 속도를 보장하지만 500Mbps급 기가인터넷의 품질은 200Mbps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신사 관계자는 22일 “인터넷은 통상 서비스 속도 50% 정도를 최저 품질(속도) 보장 기준으로 한다”면서 “기가인터넷은 서비스 초기여서 500Mbps 서비스 최저 품질 보장 속도를 150Mbps로 한다”고 말했다. 기가인터넷의 품질이 높지 않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한 통신사는 기가인터넷 평균 다운로드 속도가 500Mbps를 상회한다. 망 관리를 잘한 것으로 보인다.
◇가격 부담에 500Mbps급 선호
기가인터넷 평균 속도가 289.1Mbps에 불과한 또 다른 이유는 500Mbps급 이하 상품 이용자가 많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사업자는 여전히 200~300Mbps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제 속도는 180~210Mbps다.
통신사 가입자의 80% 이상이 500Mbps급 상품을 쓴다. 해당 지역에 1Gbps급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1Gbps급 상품 가격이 초고속인터넷보다 1만원 이상, 500Mbps급보다 5000원 이상 각각 비싼 게 더 큰 이유로 추정된다. 3년 약정을 맺으면 18만~36만원 이상을 더 내야 해 부담이 크다. 1Gbps급 서비스 이용을 늘리기 위해선 통신사의 가격 인하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 속도가 이론에 훨씬 못 미치는 것도 평균 속도를 낮추는 이유의 하나다. 실제 속도는 동시 접속자 수, 대용량 콘텐츠 다운로드, PC 성능 등 측정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NIA의 인터넷 품질 측정 서비스는 주로 서비스 품질이 나쁘다고 생각될 때 접속하는 경우가 많아 전체 평균이 낮게 측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모든 경우를 감안하더라도 기가인터넷 실제 속도가 300Mbps에도 못 미치는 것은 따져 봐야 할 문제다. 이는 `300Mbps면 충분하지 않으냐` 하는 생각과는 별개 문제다. 통신사가 고객에게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전달하고 과장 광고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
◇LTE 실제 속도 76.6Mbps
전자신문은 지난해 8~12월 한 달에 네 차례 인터넷 품질 측정 애플리케이션(앱)에 공개되는 롱텀에벌루션(LTE) 품질 측정 속도를 기록했다. 그리고 매달 LTE 속도의 평균을 도출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LTE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76.6Mbps로 나타났다.
통신사는 2013년 다운로드 속도 150Mbps인 LTE-A를 상용화했다. 지난해엔 3밴드 주파수집성(CA)을 활용, 500Mbps 서비스 제공을 시작했다. 그러나 국내 LTE 실제 속도는 여전히 2013년 이전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LTE 실제 속도가 낮게 측정된 것은 기가인터넷과 마찬가지로 측정 환경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무선 속도는 특히 측정 당시 통신 환경 영향을 많이 받는다. 동시 접속자가 많은 지역에서 측정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사용 단말이 광대역이나 3밴드 LTE-A가 아닌 이전 서비스를 지원하는 구형 단말일 확률도 있다. 아직 광대역이나 3밴드 LTE-A 서비스를 받는 이용자가 많지 않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동통신 기술 발전과 통신사의 마케팅 등을 고려하면 현실과의 괴리는 크다. 서비스를 판매할 때 환경에 따른 해당 서비스의 최저·최고 속도를 제시하는 등 현실에 적합한 정보 제공이 뒤따라야 한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