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6세대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양산할 새 공장 `A5(가칭)` 투자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으로 대규모 투자 같은 주요 의사결정이 보류됐지만 시장 흐름 상 생산라인 확충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안팎에서는 A5 투자를 늦어도 하반기에는 확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새로운 A5 공장 부지를 확보하고 기반 다지기 공사도 마쳤다. 전체 부지 규모는 기존 A3 공장과 비슷하거나 좀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A5에 실제 투자하면 A3 규모를 상회하는 수준의 대형 공장을 지을 것으로 내다봤다.
6세대 플렉시블 OLED를 양산하는 A3는 2013년 외관 공사를 마치고 2014년부터 설비를 입고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10조여원에 달하는 투자를 집행했다. 작년에는 애플 아이폰에 공급할 플렉시블 OLED 생산라인을 대거 확충했다. A3 공장 생산능력을 최대로 활용해 2018년까지 월 12만~13만장 수준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A3 외에 액정표시장치(LCD) 라인을 OLED로 전환하는 투자도 시작했다. 작년 말 7세대 L7-1 라인 가동을 중단하고 설비를 해체하고 있다. OLED 라인 관련 설비도 조만간 발주한다.
당초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기존 보유한 중소형 LCD 라인을 순차적으로 OLED로 전환해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L7-1 가동을 중단해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TV용 패널 물량이 줄어든데다 샤프가 일방적으로 패널 공급 중단을 통보해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투자 기류에 변화가 생겼다.
중소형 OLED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태블릿, 노트북, 모니터, 자동차 등으로 점차 적용 분야가 넓어지고 있다. 플래그십 모델 위주로 채택했으나 올해부터 중급형 모델로 탑재 범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플래그십은 플렉시블 OLED, 중급형은 기판이 딱딱한 리지드 OLED가 대표 모델이다.
태블릿, 노트북, 모니터, 자동차 시장 성장도 OLED 투자를 촉발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시장의 98%를 점유할 정도로 대량 양산 경험이 많다. 생산량을 확대하면 초격차 전략을 유지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OLED 공장은 수 개월째 100%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 요구를 충분히 맞추지 못할 정도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개발해온 폴더블 스마트폰 양산 시기가 가까워진 것도 A5 투자 가능성을 높인다. 현재 플렉시블 OLED 공급이 빠듯하기 때문에 폴더블용 패널을 추가로 얻으려면 새로운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A5 신설 투자를 결정하면 2019년 상반기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 OLED 사업이 고공행진 중이지만 A3 2단계 투자를 더 빨리 집행했더라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적기 투자가 중요한 만큼 A5 투자 결정이 조만간 구체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디스플레이 장비 기업도 새로운 투자 가능성에 주목했다. 기존 삼성디스플레이에 장비를 공급한 기업뿐만 아니라 새로 진입을 시도하는 곳도 다수 등장할 전망이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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