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 최대 규모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을 건설한다. 현재 가장 큰 삼성디스플레이 A3 공장보다 생산 능력에서 30% 이상 능가할 전망이다. 중국이 플렉시블 OLED 기술력을 갖추기 전에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선점 효과 전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천안과 아산에 조성하고 있는 신공장 부지에 월 18만장에서 최대 27만장 생산 능력에 이르는 6세대 플렉시블 OLED 생산 라인 'A5(가칭)' 건설에 들어갔다. 일부 핵심 전공정 장비업체에 이 같은 투자 계획을 알리고 장비 수급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다음 달 이사회를 개최하고 신공장 투자 계획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한 관계자는 “투자의향각서(LOI)를 주고받지 않은 만큼 전체 투자 규모나 일정은 바뀔 수 있지만 주요 전 공정 장비사와 대략의 투자 계획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신공장 설립 의지와 투자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공장은 기존 A3보다 규모가 큰 만큼 공장 건설에만 2조원 이상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에 착공하면 1년 6개월가량 기간이 소요된다. 이르면 내년 말부터 장비 입고를 시작한다면 양산은 2019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월 18만장 생산 능력 규모로 투자할 경우 공장 건설비를 제외한 장비 투자에만 16조원 안팎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1단계로 월 6만장 투자를 집행하면 장비 투자에만 약 5조원이 든다. 총 투자 기간은 3년으로, 올 하반기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장비가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전해졌다.
건물 2개에 걸쳐 총 월 27만장 규모를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건물 동당 월 13만5000장 생산 능력을 갖추는 셈이다. 월 27만장에 해당하는 총 투자비는 23조~24조원으로 파악된다. 건물 2개동로 나눠 투자를 집행하면 올 하반기 3만장, 내년 6만장 투자 방안이 유력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A3 공장 증설을 2015년 하반기부터 본격 시작했다. 애플에서 OLED를 대량 주문한 것이 주효했다. 애플과 삼성전자 등에 패널을 공급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년에 걸쳐 월 13만5000장 생산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A3 공장은 아직 장비가 반입되는 등 완전히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오는 10월 마감 공사가 끝날 예정이다.
새로 들어설 A5 공장 부지는 A3 공장과 5.5세대 리지드·플렉시블 OLED를 월 18만장 생산하는 A2 공장 부지를 합친 것과 비슷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A3 공장과 달리 A5 공장 투자 속도를 높일 것으로 알려졌다. A3의 경우 건물을 지은 뒤 이렇다 할 설비 투자 아이템을 결정하지 못하고 1년여 동안 빈 공간으로 유지하다가 2015년 하반기부터 설비 투자를 본격 시작했다.
투자에 속도는 내는 이유는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양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패널은 5~6인치대지만 폴더블 디바이스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넘나드는 새로운 제품군인 만큼 9~10인치대로 크기가 커진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적극 투자를 준비하면서 'OLED 치킨게임' 양상도 빚어질 전망이다. 삼성이 세계 중소형 플렉시블 OLED 시장 98%를 장악한 상황에서 물량 공세로 시장 수요를 계속 선점해 나가면 후발 주자가 설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패널 가격은 수율, 기술, 공장 가동률 등을 종합 고려해 책정하지만 중국은 수율과 관계없이 가동률을 높여 생산량을 극대화하는게 목적”이라면서 “시장 일반 논리가 통하지 않는 만큼 중국이 본격 생산에 나서면 결국 한국이 언젠가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생산량을 대폭 늘리면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다. 후발 주자가 본격 등장하기 이전에 생산량, 기술, 가격을 모두 갖추면 거대한 진입 장벽을 만들 수 있다.
삼성은 반도체 시장 치킨게임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다. 메모리 가격을 낮추고 과감히 설비 투자를 선제 집행, 규모의 경제 전략을 펼쳐 세계 메모리 시장 1등 자리를 굳히는 성과를 거뒀다. 당시 반도체 치킨게임으로 키몬다, 엘피다 등 미국, 일본, 대만 반도체 기업이 줄줄이 파산함으로써 7강 구도가 3강으로 좁아졌다.
다른 전문가는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의 플렉시블 OLED 원가 경쟁력은 추종 불허”라면서 “중국이 플렉시블 OLED를 양산하는 2020년까지 기다릴 필요없이 치킨게임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됐다”고 분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신공장 투자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표.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 OLED 생산 능력 현황 (자료: 업계)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