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확실성 제거가 소비심리 회복 첫 단추다

실물 경제가 얼어붙고 있다. 경제 주체들 역시 아우성이다. 가계는 부채에 발목이 잡혔다. 대기업은 사상 초유의 정치권 사태 영향권에 놓여 있다. 일부 대기업은 비상경영 상태다. 투자와 인사도 무기한 연기됐다. 산업별로도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시황이 좋지 않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돈맥경화`를 호소한다. 우리 경제가 L자형 장기 불황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정부는 당초 올해 1분기 성장률을 0%대 중반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2월 들어 하향 조정 가능성도 나온다.

정부가 23일 발표한 내수 활성화 방안은 사태의 심각성을 반영하고 있다. 내수 위축을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다. 골자는 이렇다. 매월 1회 금요일 오후 4시 조기퇴근제 도입, 선예약 시 열차 요금 최대 50% 할인 등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 주고 여행 활성화를 통해 소비를 진작시키겠다는 포석이다.

아베노믹스를 기반으로 활기를 되찾은 일본이 벤치마킹 대상이다. 일본이 시행하는 `프리미엄 프라이데이`가 그것이다. 일본은 매월 마지막 금요일 오후 3시에 조기 퇴근하도록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통신 시장 경쟁 촉진과 소비자 후생 제고를 위해 이동통신 단말기 판매 때 적용하는 경품 기준도 완화키로 했다. 국내 골프 산업 육성을 위해 세 부담 경감, 규제 완화 방안도 4월에 내놓는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내수활성화 방안`을 사전브리핑하고 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내수활성화 방안`을 사전브리핑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소비자심리지수는 93.3으로 2009년 3월 이래 최저 수준이다. 실물 경기를 반영한 지표다. 정책은 시기상 유효적절하다. 그러나 소비 심리 회복의 첫걸음은 우리 경제를 짓누르는 먹구름을 걷어 내는 일이다.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소비가 살아날 수 있다. 소비자들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사태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이미 학습했다. 사상 초유의 정치권 사태도 하루 속히 해결돼야 한다. 그래야 투자가 이뤄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