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인공지능(AI) 발전이 세계 산업을 뿌리부터 바꾸고 있다. 오랜 전통을 자랑하며 인간 고유 영역으로 인식됐던 금융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AI 로봇, 이른바 `로보 어드바이저(Robo Advisor)`가 투자설계와 자산관리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로보 파이낸스가 만드는 미래금융지도`는 AI가 미래 금융산업을 어떻게 바꾸는지, 금융산업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전망한 책이다. 핵심 키워드인 `로보 파이낸스`는 `AI에 기반을 두고 완벽하게 자동화된 금융`이란 뜻으로 저자가 정의한 단어다. 전자신문사에서 금융IT 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최근 수년간 금융의 가파른 변화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국내 금융산업 발전과 미래를 함께 고민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최근 금융산업 핵심 키워드였던 핀테크는 이전처럼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대신 고객에게 개인화된 금융 서비스를 AI로 제공하는 로보 파이낸스가 떠올랐다. 이 책은 논의의 기폭제는 물론 현실적 대안도 제시한다.
책에 등장하는 30대 직장인 A씨 사례는 급변하는 우리 금융환경을 잘 보여준다. A씨는 스마트폰을 꺼내 인터넷전문은행 챗봇(Chatbot)에 “나에게 맞춤 주택담보대출을 찾아줘”라고 말한다. 그러면 챗봇은 개인 간(P2P) 대출상품을 제안하고, AI는 A씨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한 글을 보고 신용도를 분석, 최저금리 해당 상품 가입을 연결해준다. AI는 A씨 신용카드 결제내역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결제, 자금이체, 자산관리, 공공요금결제, 주택임대 정보, 소비자 이사 기록, 사회관계 등 익명 빅데이터를 분석, A씨에게 최적화한 금융 상품을 소개해준다.
이 책은 AI가 금융산업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그 방향은 무엇이고 한국 금융의 대응은 무엇인지를 소개한다. 안타깝게도 국내 금융권에서 AI 활용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해외에서 AI와 금융 결합에 관심이 늘면서 금융산업 지형이 바뀌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뿌리 깊은 보신주의가 자리 잡은 한국의 정통 금융산업에 로봇이 등장하는 장면은 생경하다. 금융과 인공지능이 결합한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금융이라면 은행, 카드사와 저축은행 등이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그러나 벼락처럼 등장한 핀테크는 어느 순간 금융권을 넘어 경제 전 분야에서 큰 화두로 자리 잡았다. 2014년 대중에게 알려진 핀테크는 2015년이 되자 정부까지 나서 한국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지정하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지난해 정부는 핀테크를 주요사업으로 선포, 전담부서까지 설립했다.
그럼 올해 금융권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단언컨대 올해 금융권 화두는 로보 파이낸스다. 핀테크가 금융과 IT의 단순 결합이라면 로보 파이낸스는 AI가 고객을 위해 최적화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간보다 냉철하고 정확하며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빈부격차 때문에 지금까지 소외됐던 금융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주는 등 관련 영역도 확대됐다. 보다 공평하고 평등한 금융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미래 금융산업 혁신을 주도할 `로보 파이낸스`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국내 최초로 로보 파이낸스를 다룬 이 책은 금융권 종사자 및 예비 종사자에게 인공지능이 불러올 미래를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지혜 전자신문 기자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 1만5000원.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