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짜 뉴스가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가 이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단순히 해결해야 할 사회 과제이기 때문이 아니라 국가를 지탱하고 있는 보편 가치와 제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짜 뉴스의 영향으로 나타난 사례를 보면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러시아 정보기관이 미국 민주당 전국위원회와 존 포데스타 힐러리 클린턴 선거운동본부장의 이메일을 해킹해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를 도왔으며, 언론을 활용해 가짜 뉴스가 유통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미국 대선이 영향을 받았으며, 다수결 원칙 등 민주주의 제도 운영에 왜곡이 발생해 미국의 가치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고 미국 언론들은 판단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차기 대통령 후보가 중도 사퇴하면서 가짜 뉴스로 인해 명예를 훼손당했고, 이러한 이유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대선 정치판은 요동치고, 판세는 급변하고 있다. 국내 선거에 가짜 뉴스가 영향을 미친 경우는 오래 된 흔적들이 있다.
광복 이후 수십년 동안의 선거에서 유언비어가 난무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와 이를 재생산하고 유통시킨 입소문들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을 완전히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는 정보 양과 유통 속도에서 오늘날의 SNS를 기반으로 한 환경과 비교하면 코끼리 앞에 놓인 비스킷에 불과하다.
오늘날의 가짜 뉴스는 집단의 사고를 확고히 하여 국민 생활 행태를 직접 결정하게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파괴력이 강력하다. 2015년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서 그 영향을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사태 초기에 정부의 제한된 정보 제공으로 말미암아 국민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가짜 정보가 유통되고, 이를 신봉해서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유발하게 한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결국 온 국민의 외부 활동을 억제시키는 핵심 역할을 했고, 각종 이상 현상이 나타나게 됐으며, 국민은 정부와 언론이 제공하는 정보를 불신하는 공황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러한 가짜 정보의 유통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보통 시작점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이다. 오유, 일베, 클리앙, 디씨인사이드 등 다양한 분야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는 그 참여자들의 성향으로 다양하게 분류될 수 있다. 이러한 인터넷 사이트의 자유게시판에 올린 짤막한 글 하나에서 가짜 정보가 탄생하고, 이 정보에 댓글이 이어지고, 이 글이 카카오톡·페이스북·트위터 등 SNS를 통해 유통되고, 이렇게 알려진 정보가 포털의 검색에 노출되며, 포털에서 대량의 이용자가 다시 커뮤니티 사이트로 인입되고, 이어서 이러한 정보가 기정 사실화돼 드디어 가짜 뉴스로 만들어지고, 결국 사실로 정착된다.
글의 내용은 대부분 사실로 확정된 내용을 주로 언급하다가 마지막에 가짜 정보를 삽입해 글 전체의 신뢰도를 바탕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가짜 정보의 수용을 합리화할 수 있게 한다. 글은 인간의 심리를 잘 활용해서 동정·연민·조롱·분노 등 감정과 함께 동감을 유발하고, 마음 깊이 공감하게 하면서 합리성에 대한 의지를 무너뜨려서 잘못된 판단을 유발시켜 의사결정을 하게 하면서 결국 행동으로 이어지게 한다.
이러한 결과로 나타난 많은 피해 사례는 작은 것부터 큰 사건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우리는 이러한 가짜 정보들을 어떻게 판별하고 억제하며, 정보 유통 채널의 신뢰성은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 좀 더 효율 높고 효과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이 대안의 목표는 진실을 검증하는 것이어야 하며, 이를 검증하는 플랫폼이 구성돼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상호 견제 및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이 플랫폼의 특징은 첫째 가짜 정보 대응 조치가 신속해야 하며, 지속돼야 한다. 가짜 정보보다 진실 정보가 더욱 빠르고, 영향이 커야 한다. 둘째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영역별로 의료, 과학, 법, 경제, 사회, 정보통신기술(ICT) 등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 셋째 민간 자율이어야 한다. 참여자의 의지와 도덕성을 기반으로 스스로 참여하고 논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목적성을 없는 자유 의지로 객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넷째 다양한 채널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가짜 뉴스의 유통은 커뮤니티 사이트, SNS, 포털·검색 사이트 등으로 유통 고리가 다양한 가운데 대응하는 채널이 편중돼 있으면 효과가 낮다. 모든 채널을 확보하고 해당 글을 찾아서 진실을 적극 정착시켜야 한다.
이를 한마디로 하면 진실 검증 플랫폼이다. 곧 국가의 명운이 달린 국가 이벤트가 다가온다. 우리 사회의 보편 가치와 헌법 정신이 훼손되지 않도록 가짜 뉴스를 잘 식별하고, 국민들이 합리 타당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인터넷 공간의 신뢰를 확보하는 데 전문가들의 참여와 노력을 기대해 본다.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kevinlee@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