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새물공원 조성단지로 들어서는 지하로 입구는 두께 20㎝는 족히 넘을 법한 두꺼운 철문이 가로막고 있다. 무전으로 진입 허가를 받고 이 철문이 열리는 순간, 마치 영화에서 본 지하 벙커 격벽이 열리는 느낌이었다.
이런 철문 두세 개를 지나서야 지하 주차장에 도착했다. `홍수나 집중호우 시 지하 하수처리장에서 역류하는 것을 막기 위한 용도인가`라는 생각에 철문 용도를 묻자 돌아온 답변은 `악취 유출을 막기 위한 장치`라고 했다. 악취를 풍기는 하수처리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하에 만들었고, 냄새만큼은 확실히 잡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설계다.
하수처리시설로 들어서보니 여느 하수처리장과는 다른 구조가 눈에 들어왔다.
하수찌꺼기를 소화시켜 `바이오가스`를 만들고, 이 가스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가 쉴새 없이 돌았다. 하수찌꺼기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로 연간 약 1만2000㎿h 전력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는 3000여 가구가 연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가스 생산 후 남은 하수찌꺼기도 거대한 솥 같이 생긴 건조기로 들어간다. 건조공정을 거쳐 찌꺼기는 함수율 10% 이하 고형연료로 만들어진다. 이 고형연료를 한국서부발전이 매입해 발전연료로 쓴다.
안양새물공원은 악취를 줄이려고 하수처리시설을 지하화하고, 특수처리공정을 추가하다보니 에너지(전력) 사용량이 기존 시설대비 4배 정도 늘었다. 취약 악취시설을 지하화한 것까지는 좋으나 에너지를 많이 쓴다면 또 다른 환경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신재생에너지 발전기를 겸비해 에너지자립화를 꾀했다. 바이오가스, 하수찌꺼기 고형연료, 태양광발전, 하수열 회수 등 가능한 모든 신재생에너지 생산 설비를 갖췄다. 하수찌꺼기 연료화, 각종 신재생에너지 이용에 따라 연간 1만9502톤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늘어난 전력소비로 배출되는 온실가스 절반은 자체 신재생에너지로 상쇄한다. 전력 소비량이 워낙 많이 늘어 `탄소 제로`까지는 실현하지 못했지만 4배로 늘어날 온실가스 배출량을 2배로 축소하는 성과가 기대된다. 생산한 전력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판매를 통해 연간 약 20억원 수익 창출도 기대된다.
`안양새물공원(박달하수처리장 지하화) 사업`은 오는 9월 최종 준공을 앞두고 시운전 중이다. 한국환경공단이 추진하는 우리나라 최대 하수처리시설 지하화로 하루 25만톤 하수처리가 가능하고, 사업비로 3218억원이 투입됐다. 축구장 20개에 달하는 총면적 18만㎡ 규모로 최신 기술을 접목해 하수처리 효율을 높이고 처리시설 상부에 공원이나 체육시설을 만들어 시민 여가활동 공간으로 제공한다.
1992년 처음 가동을 시작한 안양시 박달하수처리장은 군포·의왕·광명을 포함하는 하루 30만톤 규모 안양시권 광역하수처리시설로 과거 악취로 인한 민원이 잇따라 제기된 곳이며 광명 역세권 개발사업과 맞물려 택지지구 내 입주민의 민원발생이 우려됐다. 2008년 광명 역세권 개발사업과 관련된 3개 기관인 안양시·광명시·LH공사는 악취방지를 위한 박달하수처리장의 지하화를 결정했다.
안양=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