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생명과학이 지난해 11월 신약 기술 수출로 `잭팟`을 터뜨렸다.
장기간 연구개발(R&D)해 온 신약 `인보사`를 일본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판매 1위인 미쓰비시다나베제약과 총 5000억원 규모의 기술 수출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인보사는 퇴행성 관절염 세포 유전자 치료제다. 코오롱그룹이 바이오 신약을 R&D하기 시작한 1999년부터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정상의 동종 연골 세포와 형질 전환 연골 세포를 3대 1 비율로 혼합해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하는 인보사는 환자에게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수술 치료를 동반하지 않고 간편하게 주사제로 투여, 관절염을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의 기술력을 알아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이 수출 계약과 함께 인보사의 임상과 상업화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고,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를 생산해 일본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신약 개발에서 5000억원이라는 거액의 수출 계약을 일궈 내기까지 16년 동안의 개발 과정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다.
제약 분야는 임상 및 허가 절차에 따른 장기 개발 기간과 고비용으로 인해 특허로 보호받는 기간 및 보호 범위가 다른 기술 분야보다도 더 중요하다.
특히 기술-특허-임상-허가가 긴밀하게 연결돼 경쟁사의 특허 침해 때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되는 만큼 제품을 특허 문제없이 자유롭게 실시할 수 있는 지가 중요한 관건이다. 기술과 관련한 강력한 특허 포트폴리오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라이선싱 협상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없다.
2년여 전 인보사의 임상 3상 마무리 단계 및 허가 신청을 앞두고 있던 코오롱생명과학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제휴를 타진하려는 상황에서 FTO 검토 및 특허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 수립이 필수인 상황이었다. FTO는 자사 제품이 타인의 특허권을 침해하는지에 대한 조사 및 대응 전략 수립에 중요한 단계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자사 기술(특허) 진단은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 때 부딪쳐야 하는 다양한 특허 이슈 분석과 이에 대한 종합 전략 수립이 시급했다.
당시 어려움에 빠진 이 회사에 특허청의 `IP-R&D 전략지원사업`이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2015년 상반기에 사업에 참여하면서 그동안 축적한 인보사 관련 기술과 특허 포트폴리오를 분석하고 일본 등 시장 진출 후보 국가들에서 상용화 또는 라이선싱 때 침해가 우려되는 경쟁사의 핵심 특허를 도출, FTO를 확보할 수 있었다.
또 시장 독점력을 높일 수 있도록 특허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도 추진했다.
장기간의 연구 과정에서 공개가 이뤄진 다수의 논문 등으로 인해 특허망 구축에 어려움도 겪었지만 발명으로서 가치 있는 연구 자료를 찾는데 주력한 끝에 염증 완화 기전 등에 관한 특허 창출 전략을 수립, 국제 특허 출원까지 할 수 있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일본 시장 진출 성공을 시작으로 앞으로 다른 국가로의 기술 수출도 기대하고 있다.
김수정 바이오신약연구소장은 2일 “IP-R&D 사업을 처음 하는 것이어서 유용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지만 이 사업으로 경쟁 기술을 파악하고 특허 출원 전략도 짤 수 있었다”면서 “일본과의 계약 체결 성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회사가 글로벌 시장으로 한 걸음 내디디는데 큰 도움이 됐다”면서 “앞으로도 IP-R&D 사업을 적극 활용하면서 IP-R&D 노하우가 회사에 내재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