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트럼프랠리가 심상찮다. 1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2만1000선을 돌파했다.
한동안 미국과 다른 길을 가던 우리나라 증시도 박스피를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 시작됐다.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국론 분열이 심각한 상황에서 예금·부동산 시장 침체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증시로 몰리지 않을까 기대하는 대목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침체로 돌아선 우리나라 증시는 2011년 1월 코스피지수가 2231.47을 기록한 이후 박스권에 갇힌 답답한 흐름이었다. 오죽하면 국립국어원이 2014년 신조어로 박스피를 선정했을까. 코스피지수가 1800에서 2100선을 횡보한다는 의미인 박스피는 그동안 우리나라 증시를 대표하는 말이 됐다.
매년 말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새해 증시 전망을 발표하면서 내년에는 박스피 돌파가 예상된다고 말해 왔지만 공수표에 그쳤고, `늑대소년`이란 오명을 안았다.
올해 증시가 예년과 다른 점은 글로벌 주요 국가의 경기 개선과 상장사 실적 개선을 기반으로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점이다.
지난달 21일 2015년 7월 3일 이후 19개월여 만에 지수 2100을 넘어섰고, 사흘이나 지속됐다. 이후 다시 조정기를 거쳐 2일 코스피는 다시 2100을 향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른 감은 있지만 상반기 박스피 탈출은 물론 지수 2200을 넘어 사상 최고치 도전도 가능하다는 낙관론을 펴기 시작했다.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시작됐고, 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상존하지만 수출이 살아난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 흐름을 막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외국인 주도의 대형주 장세로는 증시 주변에 몰린 대기 자금을 끌어들일 수 없다는 점이다. 개인이 들어와야 하고, 코스닥으로 대표되는 중소형주가 살아야 한다.
박스피 돌파도 중요하지만 시장 참가자를 풍성하게 만들어 지속 성장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들의 삶이 갈수록 빠듯해지고 있다. 살아나는 자본 시장이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도록 당국과 시장이 함께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