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에 빅데이터 적용 시도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감성 분석을 비롯해 인터넷 게시물 조회 수에 따른 투자 종목 추천까지 다양하다. 사회, 경제, 정치, 문화 등 변수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까지 자본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비정형 데이터를 잡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긍정, 부정…투자 심리 분석해 종목까지 발굴
금융투자업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빅데이터 감성 분석을 활용하는 회사는 미래에셋대우다.
미래에셋대우는 2015년부터 신문기사에 언급된 단어에서 투자 키워드를 찾아 투자 심리를 분석했다. `매력` `추천` `반등`과 같은 긍정어와 `폭락` `하락` `우려` 등 부정어를 분류하고, 이 가운데 긍정어가 언급된 비중을 산출해 내는 방식이다.
실제 분석 결과 브렉시트 불안감이 확산되던 지난해 7월 6일 긍정어가 차지한 비중은 40%에 채 못 미쳤다. 반면에 포켓몬고 열풍이 불고 삼성전자 주가가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던 같은 달 17일에는 긍정어 비중이 70%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이 결과가 업종별 투자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1년 6개월 동안 분석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1월 서울대와 빅데이터 활용 산·학 협력을 체결하기도 했다. 맞춤형 상품 추천과 주가예측모형 개발을 위해서다. 기업 실적, 주요 경제 수치, 주가 움직임 등 전통 방식의 주가 분석에 소셜 빅데이터를 결합하는 것이 목표다. 미래에셋대우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주가 동향 정보를 추후 온라인에 공개할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2015년 특정 키워드 검색량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분석 시스템을 특허 등록하기도 했다. 키워드 검색량 변화를 금융 시장과 금융상품 투자에 어떻게 활용할지 보기 위해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5일 “아직까지 특허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추후 키워드 검색량 등 비정형 데이터를 금융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시점에 대비한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 분석에 인터넷 게시글 적용 사례도 등장
이미 실제 투자에 적용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지난해 안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퀀트 전략에 빅데이터 분석을 결합했다. 퀀트는 계량분석 기법을 이용해 투자 대상을 찾는 투자 기법이다.
안 연구원은 주가, 이익, 수급 등 기존의 퀀트 데이터에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주식 게시판이라는 비정형 데이터를 더했다. 안 연구원은 “상승 종목 조회 수가 증가하면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지고 하락 종목 조회수가 증가하면 하락 속도가 빨라지는 추세 추종 현상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안 연구원은 이런 분석 방식에서 주가가 상승할 때 최근 하루 조회 수가 1개월 평균보다 2배 이상 많으면 매수하고 1개월 평균보다 2배 이상 적으면 매도하는 롱쇼트 전략을 도출했다.
지난해 10~12월 안 연구원은 이런 매매 방식을 활용해 보타바이오, SKC, 제일약품 등 21개를 매수 종목으로 추천했다. 반대로 비아트론, 농우바이오, 제이준 등 24개는 매도 종목으로 추천했다.
롱쇼트 전략은 매수·매도 시점이 가장 중요하다. 안 연구원은 “공매도가 불가능하거나 많은 비용이 수반되는 매도 종목에서 쇼트 전략을 적극 추구하는 투자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적정 투자 기간도 1개월로 제한하고 있다.
실제 매수 종목으로 추천한 보타바이오는 10월 중순~11월 중순 주가가 2000원대에서 3500원에 이를 정도로 상승했다. 다만 적정 투자 기간인 1개월이 지난 이후에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서 주가가 연이어 하락했다. 2일에는 하한가를 찍으며 주가가 1000원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비정형 데이터에 관심 커지는 자본시장
감성 분석 등 비정형 데이터에 대한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은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대신증권은 챗봇 서비스 `벤자민`의 출시에 앞서 각종 뉴스에서 추출한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스마트데이터센터 구축을 마쳤다. 단순 상담 업무뿐만 아니라 개인별 특화 상품 추천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유안타증권도 기존의 정보기술(IT) 시스템에 빅데이터 분석 관련 시스템을 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한 데이터 과학 전담 팀을 구성했다.
전문가들은 감성 분석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도입으로 자본 시장에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본 시장에서 빅데이터가 중요하게 부각되는 이유는 자본 시장 자체가 수많은 데이터를 직접 생성하고 그 데이터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라면서 “금융투자업계는 단기 관점에서 빅데이터 도입에 따른 편익이 비용에 비해 크지 않더라도 중장기 관점에서 전략을 수립하고 앞으로의 데이터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각자가 보유하고 있지만 활용하지 못하는 데이터를 자체 파악, 이를 활용하는 노력도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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