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15일 오후 3시 30분. 승객과 승무원 155명을 태운 에어버스 A320이 미국 뉴욕 라구아디아 공항을 출발했다. 이륙하자마자 비행기는 새떼와 충돌했다. 엔진은 불이 붙어 결국 기능을 잃었다. 고도는 점점 내려가고 208초 뒤, 비행기는 인근에 있던 허드슨강 위로 떨어졌다.
US 에어웨이스 1549편 불시착 사고를 그린 영화가 `설리:허드슨강의 기적`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승객과 승무원 155명은 모두 살아남았다. 기장이었던 체즐리 설런버거(설리)의 과감한 판단, 승무원의 신속한 대처, 승객의 일사불란한 움직임 덕분이다.
언론은 설리 기장을 영웅으로 칭송했다. 하지만 정부와 항공사는 기장 판단이 과연 옳은 것인가 의문을 제기했다. 영화는 그 실마리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인간 `설리` 감정과 태도를 그렸다.
설리 기장 판단이 옳고 그름을 가리는데 집중해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사실이 있다. 사고 후 대처가 어떻게 됐든, 사고 자체는 비행기와 새떼가 부딪히면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로 불리는 이 사고는 영화에나 있을 법한 일은 아니다.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항공기 버드스트라이크 발생 현황`에 따르면 국내 항공기만 최근 5년간 버드 스트라이크 사고를 1000건이 넘게 겪었다. 2011년 92건에서 2015년 287건(2016년 7월까지 127건)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시속 370㎞로 날고 있는 비행기가 0.9㎏ 무게의 새와 충돌하면 비행기가 받는 충격은 4800㎏ 수준이라고 한다. 비행기체 외벽에 충돌하지 않고 엔진 터빈 등에 휩쓸려 들어가면 고장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에어웨이스 1549편처럼 엔진에 불이 붙고 곧 기능 고장으로 추력을 상실, 비행기가 날 수 없게 된다. 불시착하는 비행기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버드 스트라이크를 막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경보기를 운용하거나 유해 조류 포획, 새둥지 제거 작업, 폭음기용 원격 제어 장비를 주로 쓴다. 해외에서는 실제 새 소리를 녹음해 방송하기도 하고 총포류나 화약 발사 장치를 활용한다. 최근에는 공항 인근의 새떼를 몰아내기 위해 새 모양 드론도 개발했다. 하지만, 여전히 버드 스트라이크가 늘어나고 있으니 새로운 조치도 필요하다.
다시 영화로 돌아가자. 청문회에서 설리 기장 판단이 옳았음이 확인되고 청문회 주최 측은 그에게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감사한다. 설리 기장은 “우리 모두가 해낸 일이다. `우리`가 살아남은 것”이라고 말한다. 설리 기장은 사고 발생 30초 만에 허드슨 강에 착륙해야겠다고 결정했다고 한다. 그의 빠른 판단력과 비행기 조종 실력은 가히 `영웅`이라고 칭할 만하다. 하지만 침수되는 비행기 안에서 마지막까지 남아 탈출하지 못한 승객이 없는지 확인하는 설리 기장 모습이 진정한 영웅의 모습일 것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