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증권사의 비대면 인증 도입이 증가하고 있지만 보험업계는 여전히 창구 중심의 대면 거래가 9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주도의 비대면 채널 도입 확산에도 보험업계는 1980년대식 대면 영업이 주류다.
온라인 기반 보험서류 제출과 일부 도입한 비대면 보험 서비스도 여전히 공인인증서를 채택하고 있다. 신한생명이 국내 최초로 지문인증을 도입했지만 단순 조회 기능에만 머물고 있고, 나머지 보험사는 비대면 전자금융 도입 자체를 검토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보험 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업계는 최근 확산하고 있는 전자금융 부문의 비대면 채널을 기피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보험사가 금융 실명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비대면 인증 적용 여부에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형 보험사들이 정보기술(IT) 기반 비대면 인증 도입을 꺼리면서 후방산업 생태계도 위축됐다.
비대면 채널 개발사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비대면 인증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지만 보험사는 사실상 제외 대상이어서 도입 자체를 고려하지 않는 곳이 상당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인증 도입 본질은 계좌 개설이 아니라 IT로 돈이 오가는 전자금융 분야에 적용하는 것”이라면서 “보험금 지급이나 각종 창구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보험 서비스가 많지만 아직도 점포나 보험 설계사에 의해 거래가 된다”고 설명했다.
보험에 들어맞는 비대면 가이드라인이 없고 설계사에 중심 영업으로 인해 도입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분석이다. 또 은행이나 증권처럼 계좌 개설 기능이 없어 유인책도 거의 없다.
보험 상품 특성상 은행처럼 빈번한 거래가 일어나지 않고 비대면 적용 가능한 분야도 펀드 상품 변경 정도다. 비대면 투자는 실효성이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부 온라인 금융상품과 서비스에 비대면 플랫폼을 사용하지만 이마저도 대부분 공인인증서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보험금 지급 관련 서비스는 비대면 채널 적용 사례가 없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생명보험은 인터넷을 가입 비중이 1% 미만”이라면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보험금 청구도 수년에 한 번 발생하는 업무여서 비대면 플랫폼 적용에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소액 실손 보험이나 보험금 청구를 위한 각종 자료 증빙은 비대면 전환이 늘고 있다.
보험이 비자발성 상품이라는 점도 비대면 채널 도입에 제약이 되고 있다. 보험 상품 상당수가 스스로 가입하기보다는 설계사 권유 등에 의해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모든 업무를 상담사를 통해 해결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금융 당국은 금융실명제 규제 완화 대상에 보험사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업계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은 은행 등과 달리 비대면 실명 확인 요구가 없고 전자금융 거래에 적용 가능한 부분이 있지만 이를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외는 보험사 전자금융거래에 인공지능(AI) 등을 도입해 비대면 기반 전자금융 거래를 늘리고 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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