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에게 듣는다] (3)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국가위기 극복·개혁이 이 시대 보수의 책무"

제19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경제 위기 돌파구로 `혁신 성장`을 꺼내 들었다. 기존의 대기업 중심이 아니라 창업기업과 중소기업 중심으로 혁신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을 주도하는 개념이다. 이들 기업이 마음껏 창의와 혁신의 열매를 가져갈 수 있도록 공정한 시장 경제, 즉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대선 행보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어가도록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는 지지율에도 여유로운 모습이다.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보수 진영의 대표 주자로서 충분히 인정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대한민국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TK) 지역의 지지율 회복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대담=이진호 산업경제부장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19대 대선에 출마했다. `제대로 된 보수`를 주창하고 있다. 보수에 대한 정의, 이루고자 하는 보수의 가치는 무엇인가.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이어 오면서 결국 대통령 탄핵 국면까지 왔다. 대한민국 보수는 이제 소멸 위기에 놓였다고 본다. 바뀔 때가 됐다. 정말 제대로 된 보수 정치, 개혁 정치를 해보고 싶다. 제가 말하는 개혁적 보수는 진보 진영 개혁과 다르다. 급진적이거나 이상적이지 않다. 하루아침에 단칼로 하는 개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책임 속에서 변화, 안정 속에서 개혁을 말한다. 국가 재정이나 시간·현실을 고려해야만 성공할 수 있고, 추진될 수 있는 근본적 개혁을 하려 한다. 어쩔 수 없이 저는 보수 정치인이 됐지만 보수 정치인 가운데 가장 개혁적인 정치인이라 자부한다.

-출마 선언 이후 지지율이 정체됐다. 탄핵 결정 전후 보수 여론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갈 곳 잃은 보수표`를 잡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있는가.

▲현재 여론 지형을 보면 탄핵에 찬성하는 분은 민주당을 쳐다보고, 탄핵 반대하는 분은 바른정당보다는 자유한국당 가능성을 쳐다보고 있다. 탄핵 심판이 인용으로 결정되면 민주당 지지층 보다는 보수층 지지율이 변화될 가능성이 짙다. 탄핵 심판은 그 자체로 최종의 불가역이기 때문에 보수 진영에서 자유한국당은 탄핵 반대 세력이니 설 땅이 없어질 것이고 대선에서 뚜렷한 입장을 정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범보수 쪽은 탄핵이 인용되고 나면 그때부터 대선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국면에서 저는 보수, 중도 유권자들은 마음을 정리하고 `누가 보수 후보로 좋으냐`를 놓고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본다. 저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사퇴 이후 줄곧 보수 적합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 후보와 1대1로 싸워서 이길 보수 대표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은 하나라고 생각한다. 현재 국가 위기 극복과 근본적 개혁을 추진할 사람이 누군가다. 그것이 이 시대 보수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에서 남경필 지사와 후보 단일화를 놓고 대립각을 보이고 있다. 범보수 후보의 단일화가 되기 위한 전략은 있는가.

▲남 지사와 보수 혁신에 대한 기본 입장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선거 전략의 차이는 있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는 확고하다. 남 지사는 훌륭한 행정가이면서 한국 정치와 보수 개혁에 오랫동안 앞장서 온 당의 소중한 자산이다. 남 지사와 비교한다면 저는 경제 전문가로서 경제·안보 문제와 국가 개혁 과제를 오랫동안 준비해 왔고, 완수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 바른정당 경선에서 멋진 경쟁을 기대한다. 지금 당면하고 있는 국가 위기 극복과 근본적 개혁 추진의 자세한 방법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현재로선 조기 대선이 된다면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짙은 선거 구도가 됐다. 범보수 진영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범보수 단일 후보로 싸워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범보수 진영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배신의 정치`라는 말이 부담스럽진 않는가.

▲지금까지 누구를 배신한 적 없으며, 신의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 왔다. 대통령의 잘못에 직언한 것은 배신이라고 할 수 없다. 조선시대에도 바른 말 하는 충신을 귀양 보내고 사약을 내려 죽였어도 배신이라고 하지 않았다. 아부하는 간신만 주변에 뒀기 때문에 대통령이 탄핵 당하는 사태가 온 것이다. 만약 리더의 잘못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그 집단은 잘못된 길을 갈 수밖에 없다. 국가가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일방으로 통치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인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헌법과 법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 등 공직자가 국가와 국민을 바라보고 일하지 않고 권력과 돈에 굴복한다면 이것은 국가와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전자신문사에서 이진호 산업경제 부장과 대담을 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전자신문사에서 이진호 산업경제 부장과 대담을 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원조 친박`이라는 꼬리표도 계속 붙어 있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심정이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특검과 헌재의 탄핵 심판 과정을 보면서 느낀 점은.

▲박근혜 대통령을 돕기 시작했을 때부터 저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 직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국정 농단과 탄핵 정국을 맞은 상황에서 돌이켜보면 그때 제가 더 알아내고 더 직언을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점에서 책임을 통감한다. 지금 특검과 탄핵은 엄정한 법치를 실현하는 과정이며, 권력의 사유화를 극복하고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을 세우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검찰 기소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확인한 결과 이것은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될 수밖에 없다고 결론짓고 당시 새누리당 내에서 탄핵을 주도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최종 판결은 헌법재판소 몫이다. 그것이 국가 최고 규범인 헌법에 정해진 규칙이다. 헌재의 탄핵 심판 판결은 최종이자 불가역이다. 이 때문에 그 결과에 대해 판결을 부정하거나 국론을 분열시키는 사태가 벌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사법부의 판단이 존중돼야 헌법 질서와 법치주의가 지켜질 수 있다.

-TK 지역에서 더민주의 지지율이 더 높게 나왔다. TK 지지 기반을 어떻게 가져올 것인가.

▲TK 지역은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10% 정도다. 아직 선거전이 본격 시작되지 않았다. 그곳에서 저는 네 번 국회의원으로 선택받았다. TK 지역 시민들은 시시비비를 가릴 줄 아는 사람들이다. 당 지지율에 대한 지금의 표면 숫자는 받아들이겠다. 그러나 결국 탄핵 심판 결론이 난 뒤에는 분명히 냉철하게 옳고 그름을 판단할 것이라고 본다.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TK 지역 주민들에 대한 저 나름의 기대와 희망은 버리지 않고 있다.

-대선 전 개헌은 어렵다고 했다. 5년 대통령 단임제의 폐해를 4년 대통령 중임제로 극복할 수 있다고 보는가.

▲헌법은 죄가 없다고 생각한다. 헌법이 잘못돼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태까지 발생한 것이 아니라 헌법의 가치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다. 대선 전 헌법 개정은 현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개헌한다면 권력 구조는 대통령 4년 중임제가 적합하다고 본다. 전반 4년은 평가를 받게 되니 잘해서 국민들한테 인정받아야 하고, 후반 4년은 전반 4년의 정책 연속성 위에서 미래를 보는 안목으로 국정에 임할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국가 정책의 연속성은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통일되고 국민소득 5만~6만달러의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면 내각제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남북한 상하원 양원제도 도입할 수 있다. 내각제는 나름대로 좋은 제도지만 현재로선 국민들이 국회에 대해 갖는 불신과 정권이 불안정해질 가능성, 재벌의 영향력 행사 등 부작용을 배제할 수 없다. 지금은 안보와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개혁을 추진해서 선진국으로 진입할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기 때문에 개헌을 한다면 4년 중임제가 적합하다고 본다.

-황교안, 김무성 등 보수 진영에서 대선 주자가 나올 것으로 보는가. 이들을 평가한다면.

▲두 분 모두 피선거권이 있기 때문에 출마 여부는 본인의 선택이다. 황교안 대행이 출마한다면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을 임명해야 하는 문제, 현재 대내외 위기 상황 속에서 국정 공백이 초래된다는 문제가 있다. 공안검사 출신인 데다 최순실 사태가 발생한 시기에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냈다는 점에서 이 시대가 요구하는 개혁의 비전과 맞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선택은 국민이 하리라 본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바른정당을 창당하면서 개혁보수 지향성을 많이 공유하게 됐다. 그분이 경륜 있는 정치 지도자로서 당에서 역할을 적극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출마한다면 환영하는 입장이다.

-남경필, 안희정 등 대선 경쟁 후보자가 `대연정`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이 있다면.

▲대연정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거부한 것이다. 지금 일부에서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이 다 연정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데 이는 보수 단일화보다 원칙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정치할 것이냐,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이냐다. 대연정에는 이러한 정신이 결여돼 있다. 다음 정부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여소야대 상황이 될 것이다. 저는 선거 전략 차원에서 대연정이 제기되고, 이런 것보다 대통령이 국회와 어떻게 협력해서 국정을 올바로 이끌어 갈 것인가를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전자신문사에서 이진호 산업경제 부장과 대담을 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28일 서울 영등포구 전자신문사에서 이진호 산업경제 부장과 대담을 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 사회, 국방, 외교 등 모든 면에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현재의 대한민국 경제 상황을 진단한다면.

▲현재의 경제 위기가 매우 심각하다고 본다. 예를 들면 조선 산업 같은 경우 거제, 울산, 경남 지역에 가 보면 구조조정 때문에 실업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전체가 굉장히 심각하다. 지금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답하는 사람이 많다. 여기에 가계 부채, 기업 부실, 외부로부터 오는 충격 등 이런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일이 일어난다면 2%대는커녕 1%대 성장도 어려울 수 있다. 2017~2018년 급격한 불황에 빠질 수 있다.

경제가 위기 상태에 있다고 진단된다면 대통령의 신속한 판단이 중요하다. 미국식 양적 완화하고 똑같을 필요는 없지만 통화량 발행보다 재정에 더 중점을 두는 그런 양적 완화 등 굉장히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양적 완화를 하는 이유는 구조 조정, 구조 개혁은 과감하게 추진하되 수술만 너무 열심히 하고 있으면 경제 기초 체력이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는 수혈도 해 가면서 수술을 해야 한다.

걱정되는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 같은 통상 압력이다. 미리 카드를 꺼낼 필요는 없지만 재협상 시점이 온다면 우리도 서로 이익이 되는 협상 전략을 미리 만들어 놓아야 한다. 대미 경제 외교는 계속 강화해야 하는데 통상 업무를 산업자원부에서 떼어내 외교부로 다시 이관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 일방의 보호주의가 미국에도 손해라는 사실을 인식시킬 것이다. 보호주의 요구가 실제화되면 그에 상응하는 우리 요구도 확실하게 할 것이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대선 주자의 의지가 어느때보다 강하다. 경쟁 후보의 공공 부문 일자리 확대는 크게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재정에 의존하는 것은 저성장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 정부가 일자리를 직접 만들기보다는 최대한 민간에서 창출될 수 있도록 여건과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제가 제시하는 일자리 대책의 핵심은 혁신 성장 전략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재벌 대기업 위주 성장 전략이 한계에 부닥친 지금 기술과 아이디어로 도전할 수 있는 혁신 창업에 젊은 청년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금까지의 창업 정책과 다른 점은 단편성 생계형 창업 지원이 아니라 혁신 기업으로 성장하거나 혁신 기술을 선순환시킬 수 있는 창업 생태계를 실제로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혁신 안전망,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 투자 활성화 실질 대책, 민주도 관지원, 교육 연계가 그 방향이다. 이는 그동안 있은 정보기술(IT) 벤처, 창조경제 등에서 나타난 한계와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해 추진하는 국가 성장 전략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기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일자리 정책이다. 대기업에서는 고용을 늘리고 중소기업에선 임금을 올리는 것이 기본 방향이다. 대기업에서 비정규직 채용을 제한해 정규직 전환을 늘리며, 기업소득환류세제가 금융·부동산이 아니라 실물 경제에 투자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것이다. 또 `칼퇴근` 등 근로 시간을 대폭 줄이는 대책을 강구, 청년을 위한 신규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 중소기업의 임금 상승을 위해 4대 사회보험료 국가 지원, 최저 임금 대폭 인상, 근로소득 증대 세제 인센티브를 활용할 것이다.

또 중요한 것이 사회 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이는 교육, 보육, 복지, 안전 등 다양한 사회 분야의 일자리 확대 방안이다. 이 영역 서비스 확대를 국가공무원으로 충당할 경우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비영리 사회 경제 단체에 국가 예산을 일부 지원하는 `사회적 경제`를 활용한다면 정부 지출을 최소화하면서도 참여자의 자발성, 생산적 아이디어, 복지 서비스 확대, 일자리 창출 등 복합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공 부문 일자리다. 공무원은 사회복지, 안전, 건강, 환경, 경찰, 소방 등 꼭 필요한 일선 행정공무원 중심으로 단계화해 늘려 가겠다.

-우리나라 산업 정책은 각 부처 간 주도권 경쟁과 칸막이, 소통 부재로 중장기 전략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차기 정부에서 4차 산업혁명 대응과 산업 구조 재편, 신산업 육성 등을 아우르는 중장기 산업 정책을 어떻게 마련해야 한다고 보는가. 또 이와 관련해 컨트롤타워 재편 등 부처 내 거버넌스 재편은 어떤 방향이 돼야 한다고 보는가.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임에도 성과 창출은 최저 수준이다. 가장 큰 이유는 R&D 예산에 대한 의사 결정을 1~2년 단위로 순환 보직하는 관료가 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본인 재임 시절에 가장 유행하는 아이템과 성과 위주로 과제를 선정하다 보니 연구자 관심도 단기 성과 중심 과제에 매몰되고, 정말로 필요한 장기 과제는 도외시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4세대 인공지능(AI) 전공자가 국내에는 한 명도 없다고 한다.

이에 따라서 R&D 과제 선정에서 연구자 커뮤니티가 장기 관점으로 자율의 독립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권한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과학기술 R&D 활동의 기획 기능과 집행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 지금은 미래창조과학부가 기획과 집행을 동시에 하다 보니 타 부처와 경쟁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과학기술의 기획 기능은 부처를 초월해 연구자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된 상태에서 당대 최고 과학자와 국가 미래를 수십 년 단위로 바라볼 수 있는 전략가가 모여 결정하는 방식으로 거버넌스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

-4차 산업혁명 메가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전략에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4차 산업혁명의 기본 중 기본 요소가 AI와 블록체인이다. 이 기술이 개발 단계를 지나 응용 단계로 접어들고 실제 상용화·보편화 단계에 이르면 기존 기술에 기반을 두고 존재하던 경제 구조가 무너지고, 사회 전반으로도 격변기를 맞을 것이다. 이때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다. 첫째로는 혁신을 가로막는 기득권층의 저항을 극복하고 혁신가들이 시장에 신규 진입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또 소비자인 국민 편익을 높이는 동시에 해당 산업 분야의 국제 경쟁력을 제고, 이들 신산업 분야가 성장을 이끌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둘째로는 경제·사회 구조 격변기에 도태와 실업에 내몰리는 사회 경제 약자들이 생존을 위협받지 않고 공동체의 틀 안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부가 만능 해결사를 자처하고 혁신의 플레이어로 나서는 것은 극히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근로자 정시 퇴근을 보장하는 이른바 `칼퇴근법`과 `육아휴직 3년`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실을 개선시켜 내려면 촘촘한 법제 설계가 필요하다. 육아 휴직 3년법, 칼퇴근법은 단편 지원책이 아니다. 이 공약에는 현실 관행의 흐름을 바꿔 낼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이 들어 있다. 직장에서 근로자들이 육아 휴직을 쓸 때 고민하는 중요한 조건의 하나는 육아 휴직 급여 문제다. 통상임금 40% 수준의 휴직 급여를 60%로 올리고 150만원인 한도를 200만원으로 올리면 육아 휴직을 쓰겠다는 사람이 늘 것이다. 육아 휴직 사용을 기피하는 직장 문화는 개선돼야 한다. 역으로 이러한 제도 조건이 갖춰져서 육아 휴직 사용자가 늘수록 직장 문화 개선도 빨라질 것이다. 칼퇴근은 사업장마다 근로 시간을 기록하고 11시간 최소 휴식 시간을 설정해서 1년 단위로 초과근로시간 제한을 둠으로써 초과 근로 제한 무시, 집중 근로, 상시 초과 근로 관행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을 강제하기 위해 사업장에서 근로 시간 기록·보존·공시를 의무화함으로써 직장 문화를 변화시킬 것이다. 다만 사업체 여건상 대기업에 우선 실시하고 중소기업은 국가가 지원해 중소기업의 육아 휴직에 부모 보험을 도입하고, 대체 인력도 지원할 계획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운명은 어떻게 보는가. 집권 시 계승할 의지가 있는가.

▲현 정권의 창조경제는 문제 제기 측면에서 취지는 좋았지만 기본으로는 재벌 대기업이 운영·주도하면서 한계를 드러냈다. 재벌 대기업 주도로 진행되면서 17개 시·도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과 자금을 맡기는 등 재벌한테 의존해 플랫폼을 만들었다. 재벌의 기술 탈취가 빈번한 상황에서 대기업이 혁신·창업을 잡아먹는 결과를 초래했다. 앞으로 혁신 경제는 민간이 주도하되 정부가 꼼꼼하게 지원하는 국가 성장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자본이 투입된 혁신센터를 없애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운영 방식을 완전히 바꿀 것이다. 혁신 성장 경제에서 정부의 산업 정책은 대기업과 관료 중심에서 스타트업, 중소기업과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이동할 것이다. 컨트롤타워는 기존의 중소기업청을 `창업중소기업부`로 승격시켜서 여러 부처에 나뉘어 있는 창업 및 벤처 관련 업무를 효율 및 체계화해 지원할 계획이다. 창업·벤처 업무는 현장 민간 전문가가 직접 담당할 것이다. 전국에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 역시 민간 주도로 운영, 대기업은 한발 뒤로 물러나게 하고 민간 전문가가 운영을 주도하도록 할 계획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가 교육 문제이기도 하다. 교육 체제는 백년대계라고도 불릴 정도로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기도 어려운 분야다. 앞으로 교육 체제는 어떻게 바꿔야 하나.

▲최근 18세 선거권이 이슈가 된 바 있고, 유치원 단계에서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공교육화 필요성도 많이 언급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전반에 걸쳐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한 살 정도 낮추고, 18세가 되면 대학생이나 사회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학제 개편안도 논의해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모든 교육이 입시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대학이 입시 제도를 한 번 발표하면 학교와 학생은 그 입시 제도를 쫓아가느라 정신이 없다. 고등학교에서 교육 과정과 교육 목표에 맞게 학생들을 가르치고 평가하면 이것을 활용해 어떻게 학생을 평가할지를 대학이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주객이 전도됐다. 그러다 보니 공교육은 황폐해지고 사교육 의존도만 높아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서 지금은 학제 개편과 같은 하드웨어(HW)식 해결책보다는 입시 중심 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공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전자신문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자신문은 우리나라 경제·산업 리더와 인재들의 필독지다. 예전에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근무할 당시 우리 경제학 박사들이 자주 읽은 기억이 난다. 전자신문 독자들이 앞으로 우리 경제의 혁신과 성장을 이끌고 갈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맘껏 도전하고 혁신할 수 있도록 돕는 대통령이 되겠다. 혁신 성장 전략, 누가 잘할 수 있는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인물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보수가 변해야 대한민국이 변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보수를 개혁하는 정치를 하겠다.

정리=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