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도, 경칩도 벌써 지났다. 봄 이정표를 하나 둘 지났지만 사람들 마음은 한겨울 속이다. 탄핵 정국이 마무리될 때까지 냉가슴은 계속될 듯하다. 춘래불사춘이란 말이 요즘처럼 실감나는 적이 없다.
눈부시게 화창해야 할 봄이 사람들에겐 `잔인한 봄` 자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종착역을 목전에 뒀다. 선고 날짜는 10일로 좁혀지고 있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퇴임일인 13일 이전 `8인 체제`로 박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을 내놓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헌재는 선고일을 통상 3~4일 전 대통령과 국회에 통보하도록 돼 있다. 10일 선고가 예정이라면 6일 또는 7일엔 선고 날짜가 공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 권한대행 임기 마지막 날인 13일에 선고를 내린다 하더라도 이번 주 안에는 선고 날짜를 확정해야 한다. 사실상 탄핵심판 마지막 주인 셈이다.
파면이냐, 업무 복귀냐. 박 대통령 정치적 운명이 결정된다. 대한민국 미래를 가를 중대한 갈림길이다.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놓을지 세계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박 대통령은 그 즉시 대통령직을 잃게 된다. 그러면 60일내 대선을 치르고 차기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기각 또는 각하되면 곧바로 대통령직 업무에 복귀하게 된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충격과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선 결과만 나왔다. 하지만 이후 헌법재판소법이 개정되면서 이번 판결문에는 표결 숫자와 판결 내용도 상세히 나온다. 찬성과 반대표가 7:1, 6:2면 탄핵 인용이고, 5:3이면 기각이다. 만장일치나 7:1로 결정되면 그나마 논란이 적을 수 있다. 하지만 6:2만 되더라도 반대 진영에선 9명 재판관이었으면 상황이 달랐을 것이라는 논리를 펼 수 있다. 5:3일 경우엔 다수 재판관인 5명이 찬성했는데도 기각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는 헌재 탄핵심판 후를 고민해야 한다. 정치권이 주도적으로 민심을 다독이고 수습해야 한다. 더 이상의 분열은 안된다. 우선 정치권부터 헌재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국민적 약속과 함께 갈라진 나라를 통합시키는 일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겨우내 숨죽였던 싹도 나고 꽃도 핀다.
대내외 악재 겹겹이 쌓였다. 선고 이후 더 이상의 분열과 대립으로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2017년 3월, 잔인하지만 이 또한 견뎌낼 일이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