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6주 만에 무려 90건이 넘는 규제를 폐지하거나 중단했다. 규제 완화가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무차별적 규제 완화로 환경이나 노동조건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낳고 있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월 20일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까지 모두 90개 규제를 폐지하거나 시행을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이중 75건은 버락 오바마 전 정부에서 결정돼 발효날짜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트럼프 행정부, 취임 6주 만에 90개 규제 폐지·시행연기](https://img.etnews.com/photonews/1703/929786_20170306162443_076_0001.jpg)
트럼프 행정부가 없앤 규제는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도입한 규제는 물론 총기 소유 규제, 환경보호를 위한 규제 등이 포함돼 있다.
규제 완화에 따라 AT&T와 버라이즌 등 미국 통신사는 고객 개인정보가 도둑맞았거나 유출됐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합리적인 조치(reasonable measures)`를 취하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또 은행은 고위험 거래로부터 생기는 잠재적 손실을 커버하기 위해 고객으로부터 추가로 돈을 받지 않아도 처벌당하지 않는다. 총기 판매 때 정신건강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기 위해 사회보장국이 연방수사국(FBI)에 정보를 제공할 의무도 없어진다.
대부분의 규제는 규제 완화가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기업이나 산업계 요청에 따라 변경됐다. 최근 17개 자동차 제조업체는 차량 주행거리 규제 강화를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제약업계는 의사 처방전이 필요한 약의 판매 및 광고에 대한 규제 폐기를 건의했다. 미국의 최대 기업조직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폐지 희망 규제 16개를 건의했다. 여기에는 CEO 임금 규제, 분쟁지역 광물 거래 규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최소 10개를 없애려는 작업을 하는 중이다.
규제철폐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방법뿐 아니라 의회가 의회검토법을 활용해 규제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방법으로도 진행된다. 의회는 조만간 25개 규제를 추가로 없앨 계획이다. 이중 거의 절반은 이미 하원에서 투표를 거쳤다.
연방통신위원회(FCC), 증권거래위원회(SEC), 내무부, 환경보호청 등 연방기구도 규제를 없애는 작업을 개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지트 파이 FCC위원장은 `망 중립성(net neutrality)`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철폐에 대해 공익단체는 미국인 복지에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우려감을 드러냈다.
137개 비영리단체는 최근 백악관에 발송한 편지에서 “미국인들은 건강, 안전, 환경, 금융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려고 투표하지는 않았다”고 적었다.
또 1건의 규제를 도입할 때마다 2건의 규제를 폐지하도록 한 행정명령과 관련해서는 두 개 그룹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뉴욕, 오리건, 매사추세츠 등의 민주당 출신 법무장관도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철폐를 막기 위한 차원에서 소송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