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은행 당기순이익이 30% 넘게 줄었다. 조선·해운업의 구조 조정으로 국책 은행이 대규모 대손 비용을 떠안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시중은행은 순익이 늘었다. 가계대출 증가로 이자 이익이 늘어난 덕분이다.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시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2.5% 증가했다. 지방은행도 같은 기간 6.28% 증가했다.
시중은행의 이익은 대부분 가계 부문에서 거뒀다. 지난해 은행권 전체 이자 수익 규모는 1934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6조9000억원 늘었다. 1300조원이 넘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된 요인이다. 반면에 수수료, 유가증권, 외환파생상품 등 비이자 이익은 4조9000억원으로 1조1000억원 급감했다.
사실상 가계부채가 시중은행을 먹여 살린 셈이다. 은행이 같은 실적 개선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다.
카드사도 급증하는 가계부채 의존이 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업카드사의 순이익은 1조8134억원으로 전년 대비 9.9% 줄었지만 이자와 수수료 이익은 각각 2972억원, 3156억원 증가했다. 순익 감소는 마케팅 비용과 대손 비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2015년 1127억원 가까이 준 대손 비용은 지난해 2816억원 증가했다.
금융권은 올해 가계 이자 부담과 원금 상환 부담을 가장 크게 경계한다. 최근 금리 상승만으로 올해 가계 부담은 지난해보다 약 8조원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 정책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짙어 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곧바로 기준금리를 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8개월째 금리를 동결하고 있는 한국은행의 버티기가 언제까지 유효할지 걱정이다.
금리 인상 우려와 급증하는 가계신용대출 증가는 소비 둔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어지는 국내외 악재에 경제가 사면초가 상황으로 내몰리는 느낌이다. 각 경제 주체가 냉철한 시각으로 현실을 직시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