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현의 블랙박스]<17>게임 중독에 대한 닌텐도식 해법

`닌텐도 스위치`가 발매됐다. 세계 닌텐도 마니아가 열광했다.

방안에 앉아서만 게임한다는 발상을 뒤엎은 `닌텐도위(Wii)`에 이어, 닌텐도 스위치는 거실과 야외를 하나로 연결하는, 콘솔과 스마트폰을 통합한다는 개념이다.

정작 일본 국내 시장 반응은 뜨뜻미지근한 것 같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통합을 기본으로 한 닌텐도 역량이 닌텐도 스위치에는 아직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닌텐도가 발매와 함께 온라인으로 배포한 `미마모리(몸을 보호하는) 스위치`라는 스마트폰 앱이다. 미마모리 스위치는 부모가 자녀의 게임 시간이나 게임 종류를 파악하고 컨트롤하는 앱이다. 부모가 자녀의 게임 행위 전체를 감시(?)하고, 필요에 따라 가차 없이, 그리고 너무도 간단하게 제재한다.

웃음이 나온 것은 필자가 G러닝(게임 기반 학습법) 콘텐츠에 붙여놓은 프로그램과 거의 유사한 기능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도 학생들 개개인의 게임(학습) 플레이 시간이나 내용 선정, 다른 학생들과의 비교 등을 교사와 부모가 실시간 파악한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
위정현 중앙대 교수

게임을 둘러싼 부모와 자녀의 충돌을 막는 방법이 있다. 부모가 자녀의 게임을 직접 `학습`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자녀의 게임을 진지하게 연구하거나 함께 플레이하는 부모는 많지 않다. 차선책으로 고민하는 것이 자녀의 게임 과정 전체를 부모가 확인하도록 하는 것이다.

부모를 안심시키기 위해 닌텐도는 자녀 게임 이용 현황 전체를 알려주는 게임 리포트 기능을 담았다. 필요에 따라 온라인 연결까지 단절시키는 기능을 붙였다.

한국은 `셧다운`이라는 법률을 정부가 게임사에 들이대고, 게임사는 정부 규제를 비판하면서도 정작 부모를 안심시킬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닌텐도는 게임중독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문명적`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인다. `자녀가 약속한 시간을 어길 때 바로 게임을 중단시키는 것은 심사숙고 하세요` 약속시간을 어겼다고 강제로 게임을 중단하면 입을 자녀의 상처를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이 정도면 부모도 납득할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 자녀가 게임에 빠졌다고 해도 `감시`를 소홀히 한 부모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닌텐도 게임은 선정적이지도 폭력적이지도 않다. 닌텐도 자체 내부 검열 기준은 한국 정부보다 더 엄격하다. 그럼에도 그들은 부모 입장에서 게임하는 자녀를 보려고 한다. 이런 철학이 닌텐도 스위치 성패를 넘어 우리를 고민스럽게 한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jhwi@cau.ac.kr

닌텐도 스위치
닌텐도 스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