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장사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왔다. 올해는 17일과 24일에 많은 기업 주총이 열리고 특히 24일은 상장사 절반 이상이 집중되는 슈퍼 주총데이다. 주요 그룹들이 지배구조 개편 이슈를 안고 있는데다 주주들의 입김이 세지고 있어 올해 주총에 높은 관심이 쏠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상장사들이 17일과 24일에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삼성과 롯데 등은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최대 화두였으나 이번 주총에서는 안건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주사 전환 등을 통해 주주가치 상승을 기대했던 주주들이 주총에서 이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 구속, 미래전략실 해체 등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24일 주총을 연다. 당초 올해 삼성전자 주총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요구한 지배구조 개편과 이사회 멤버 다양화, 배당 확대방안 등 중요한 안건이 논의될 예정이어서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이 부회장 구속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잠정 중단된 상황이고 글로벌 기업 CEO 출신 사외이사 선임도 불발됐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엘리엇 제안에 대해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고 배당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지주사 전환 검토에 6개월 이상 걸린다고 한 만큼 이번 주총까지 입장을 내놓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부회장 구속 등 상황을 맞아 엘리엇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는 주총 안건과 별개로 문제가 된 정경유착 고리를 끊고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계획도 주주들에게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주총을 여는 현대자동차는 정몽구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이슈다. 정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된데 따른 재선임이다. 관심은 현대자동차 주총에서 정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수차례 반대했던 국민연금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다. 국민연금은 2008년, 2011년, 2013년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정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했다. 지난 2013년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면서 반대했다.
국민연금은 이르면 이번주 열리는 투자위원회에서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최종 입장을 정할 예정이다.
롯데그룹 역시 주요 계열사 지주사 전환 등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이 최대 관심사다.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등은 24일 주총 소집을 결의했지만 아직 일부 계열사는 일정을 확정하지 않았다. 또 관심이 집중됐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지주사 전환 등도 다루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사드 배치 문제로 촉발된 중국의 보복에 대한 대응이 이슈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롯데쇼핑은 롯데마트와 면세점 등 중국 관련 사업 규모가 큰 만큼 주주들에게 어떤 대응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이 3월 정기주총에서 인적분할 안건을 제외함에 따라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이벤트는 미뤄졌다”면서도 “지주 전환 공론화가 지난해 엘리엇 제안에서 시작됐던 것을 고려하면 재논의 시작이 외국인 주주에서 재점화 될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2월 국회가 종료되면 기업들의 지배구조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주요 기업 주주총회 관전 포인트, 자료:업계 종합>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