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와 자동차 업계에는 아직까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에 따른 중국 보복 조치의 직접 영향이 없다. 일부 지역에서 한국산 자동차를 파손하는 일이 발생했지만 조직 차원이 아닌 우발 행동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언제든 불매 운동이나 현지 생산 시설 규제 등 조치가 내려질 수 있어 중국 동향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형 전자 기업은 아직 별다른 피해가 없다. 그러나 중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가운데 악재가 발생, 우려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8일 “아직은 중국에서 뚜렷한 (보복)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중국 사업은 계속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LG전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당장 조직 차원의 보복 활동은 드러나지 않지만 변화를 살펴보는 단계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 가전업계 가운데 피해를 본 곳도 있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중국 홈쇼핑에서 국내 제품 방송을 중단하는 사례가 빈발했다. 한국 연예인 제한령에 따라 쿠쿠는 모델인 김수현을 빼고 방송하기도 했다.
국내 방문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 중국인 대상으로 판매가 활발하던 밥솥 등 제품 판매 감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내에서 한국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될 경우 타깃이 될 수도 있다.
자동차 업계도 중국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반한 감정이 높아지면서 한국산 자동차를 벽돌로 파손한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시장 점유율을 더욱 높여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현대차그룹은 중국과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강화한 만큼 사드 보복 조치가 피해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런 가운데 기아자동차 공장이 있는 중국 장쑤성 옌청시 당서기와 현지기업 관계자가 현대차그룹을 직접 방문하면서 긍정적인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왕룽핑 옌청시 당서기가 8일 현대차그룹 본사를 방문해 중국사업 관련해 경영진과 만났다. 이 자리에는 기아차 중국 합작사 위에다그룹 왕롄춘 주석, 둥펑그룹 허웨이 부서기 등도 동행했다. 왕 서기 일행은 현대차그룹 주요 경영진과 중국 자동차산업과 둥펑위에다기아 발전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현재까지는 큰 피해가 없지만 업계는 언제든 불똥이 튈 수 있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언론까지 나서 반한 감정을 부추긴다. 최근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중국은 삼성과 현대차에 가장 큰 시장으로 이들 기업에 대한 제재는 복잡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내 반한 감정이 고조되지만 이를 해소할 뚜렷한 대책은 없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사드 보복 문제를 개별 기업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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