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ICT기금 활용 제도 개선 고민해야](https://img.etnews.com/photonews/1703/930955_20170309183531_265_0001.jpg)
정보통신기술(ICT)이 추동한 방송·통신 융합 환경에 대응하는 법·제도 개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화두로 등장했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로봇공학, 무인자동차 등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이다.
디지털이 세계 산업 구조의 커다란 변화를 가져와 소니와 도시바를 제치고 애플, 삼성전자, 구글이 세계 기업으로 떠오른 것처럼 4차 산업혁명을 철저하게 준비해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성장할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할 것이 자명하다.
국내에서도 4차 산업혁명 관심도가 높아 가고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도 4차 산업혁명 기반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ICT 진흥 정책이 추진 과정에서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등으로 파편화되면서 지금까지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컨트롤타워 부재와 다수 부처로의 정책 분산으로 효율성이 떨어졌으며, 이로 인해 ICT 국가 경쟁력 또한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를 둘러싸고 정부의 컨트롤타워 부재가 지적되고 있으며, 정국의 혼돈과 맞물려 새 정부의 윤곽이 전혀 그려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미래부를 비롯한 몇 개 부처에서 상당히 구체화된 개편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당위성 주장은 많이 제기되고 있지만 어떤 정부의 모습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국가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구체화된 실천 논의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깝다.
과거 모든 정부에서 거버넌스 효율화를 정부 조직 개편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전 정부와의 차별성 추구가 더 큰 목적이었기 때문에 모두 실패로 귀결되는 결과를 낳았다. 지금부터라도 디지털 방송·통신 융합 환경 변화에 대처하고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는 국가 경쟁력 향상 방안에 관한 세부 논의를 통해 정부 조직 개편이 추진돼야 한다.
거버넌스 효율화 정책은 국가가 선택한 목표 달성을 위해 자원을 총합해서 집중·배분하는 선택과 집중으로 구현된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ICT 분야의 선순환 생태계 구조를 만들어 가기 위한 정부 정책의 핵심은 연구개발(R&D) 수행 효율화이고, 이를 위해 ICT 관련 기금을 통합 운용하는 형태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기 위한 기금 형태는 방송통신발전기금, 정보통신기금, 과학기술진흥기금, 문화예술진흥기금 등이 있다. 규모는 2016년 정부 계획으로 2조7000억원이라는 점에서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분산시키면 활용도가 축소되지만 통합 운영되면 중복 투자를 사전에 방지,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 기금 재원 마련도 정부가 주도해서 사업자에게 과도한 기금을 징수한 재원을 다시 재투자 하는 방식은 이미 한계에 봉착해 있다. 일괄 징수보다 민간 주도형 투자 활성화 촉진을 위한 제도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현재 ICT 관련 기금은 기금 징수 체계가 일부 사업자에 대해 과도하고, R&D보다 기관운영비 등 관리비 지출 등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가 기금 징수부터 운영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독점할 것이 아니라 민간 중심의 투자 활성화 정책을 도입, 사업자 스스로가 기금의 일정 부분을 출연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른바 정부의 관리 기구화는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키고, 이 비용이 과도할 경우 기금 운영의 효율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산업 진흥의 모든 부문을 정부가 주도한다는 생각은 구시대 발상이다. 민간이 스스로 책임지고 시장을 개척해 나가도록 정부는 규제 완화와 시장에서 공정 경쟁이 이뤄지도록 관리하는 선에 머물러야 한다.
ICT 관련 기금 징수도 일률 적용보다는 민간에 자율성을 더 부여, 신규 투자를 위한 R&D기금으로 투자 효과를 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지금 필요한 규제 완화다.
김관규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kwankyu@dongguk.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