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트랜스퍼와이즈` 탄생 막는 정부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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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외환송금업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정부의 높은 규제 장벽에 핀테크기업들이 울상이다. 시장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높은 자본금, 예탁보증금 요건으로 급기야 한국을 떠나겠다는 기업도 속출하는 상황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23일 입법예고한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핀테크 기업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 시행령은 관련 절차를 거쳐 오는 7월 중순부터 본격 시행된다. 다만 자격요건으로 제시된 자기자본금, 예탁보증금 규모를 두고 정부와 핀테크기업간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국내 해외송금 핀테크 기업은 블루팬, 코인원, 옴니뱅크, 센트비, 스트리미, 머니택 등 20여개로 추산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해외송금업자로 등록하려면 자기자본을 20억원 이상 보유해야 한다. 예탁규모(하루 송금액 대비 은행에 예탁해야하는 금액)는 고객 지급요청 일평균 금액의 3배, 최소 예탁금액은 3억원이다. 일평균 거래량이 5억원이라면 15억원을 금융감독원에 예탁해야 한다.

영국 핀테크 융성을 이끈 영국 핀테크 송금기업 `트렌스퍼와이즈`를 꿈꾸던 스타트업들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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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핀테크기업 대표는 “이제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에 최소 30억~40억원 이상을 갖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기존 금융권에 맞춰진 요건으로 거대은행 시장만 공고히하고 스타트업은 진입조차 어렵게 해 결국 핀테크 성장을 막는 꼴”이라고 반발했다.

B 핀테크기업 관계자도 “(정부가) 소비자보호를 우선시하는 것은 좋지만, 자기자본·예탁보증금 둘 중 하나는 완화해도 소비자보호는 충분히 가능하다”며 “대부분 스타트업들이 7월 법개정을 앞두고 1~2년동안 기술개발을 하면서 있던 자본금도 깎아먹은 판인데 투자 시장이 경색된 상황에서 많은 현금을 어디서 확보해야할지 답답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게다가 해외상황과 비교해도 국내 규제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C 핀테크기업 대표는 “트랜스퍼와이즈 자본금은 3억원이었지만 송금 라이센스를 취득했다”며 “일본은 실제 영업에 대한 정부의 개별심사가 있지만 자본금 규정은 없고, 말레이시아도 예탁보증금제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규제가 너무 세기 때문에 편법으로 해외에 법인을 내고 운영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에선 소비자보호에 따른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냥 금융도 아니고 해외로 돈을 보내는 업무로 자금세탁방지 등을 위한 전산설비, 자금요건 등 갖춰야할 장치가 있다”며 “토스·카카오페이 같은 기존 국내 선불전자 지급수단 발행업체, 전자자금 이체업체들도 자본금 20억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어 소액해외송금업에과도한 규제가 적용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핀테크 기업들은 규제 완화를 요구하며 의견을 수렴해 조만간 정부에 전달할 방침이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기재부에서 제시한 요건을 충족한 기업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현실적인 법 개정을 위한 기업들 의견을 모아 미래부를 통해 기재부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