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계 일·가정 양립 `女`문제 넘어서 `부부공동책임`으로…男육아휴직 확대해야

과학기술계에 일·가정 양립제도가 `여성`만의 문제를 넘어 과학계 전체의 문제로 인식 전환되고 그에 맞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가정 양립이라는 소극적 개념에서 행복한 삶을 지향하는 적극적 지원 정책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10일 문미옥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위한 여성과학기술인 정책 제안`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김소영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원장은 “기존 일·가정 양립 제도는 `여성` 정책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로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다부처적인 협력이 필요한 제도의 집행실효성을 낮추는 악영향을 끼친다”면서 “출산과 양육은 부부의 공동책임이자 국가의 책임이기도 하기 때문에 유연근무제 확산과 남성 육아휴직(paternity leave) 역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핀란드에서는 자녀가 3세가 될 때까지 가족양육수당을 받으며 부모가 직접 양육하거나 공립보육원(빠이빠꼬띠)에 맡길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근거를 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는 최장 노동시간에 시달려 일·가정 양립이 여전히 어려운 상태다. 과학기술계는 특히 심각하다. 2016년 한국여성과총 정책연구소에서 발표한 `여성과학 기술인의 일·가정 양립 지원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야근이나 장거리 출장 등으로 자녀양육기 여성과학기술인의 72.2%가 퇴사를 고려한 경험이 있다. 응답자 52%는 학위와 연구과정에서 임신을 조절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일·가정 양립 문제는 여성 경력단절의 최대 원인으로 소위 `M곡선`의 고용 최저점이 임신·출산·육아 시기에 발생한다. 그러나 과기계는 이마저도 고용 회복이 없는 `L곡선` 패턴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과기계는 40대 초반에 고용 최저점 발생 후 반등이 거의 없다.

김 원장은 “육아휴직 대체인력은 과기계 특성상 고학력과 전문성을 지닌 인력이라 단기간 대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기존과는 다른 인력 풀과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여성과학기술인력 풀을 대폭 보강해 과기계에 특화된 전문 대체인력 연계시스템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에서는 일·가정 양립을 여성정책이 아닌 사회정책으로 인식한다”면서 “일·가정만이 아니라 일·삶 균형(Work-Life Balance) 정책으로 자기돌봄(self-care)까지 고려한다”고 덧붙였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