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투 화장품, 사드보복 무풍지대...동남아 화장품 한류 선도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

중국의 사드 보복에 화장품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화장품 사업은 중국 내 `K-뷰티` 열풍에 힘입어 승승장구해왔다. 전체 수출액 중 중국 비중이 38%에 달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사드 후폭풍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시장 다변화를 통해 악재를 비껴간 화장품 회사가 있어 눈길을 끈다.

실리콘투(대표 김성운)는 화장품 유통 전문 회사다. 지난해 매출 450억원을 올렸다. 해외 고객사 275곳을 두고 있다. 성장세가 가파르다. 2012년 화장품 유통에 뛰어들었다. 고객사 100곳을 채우는 데 4년 걸렸다. 지난해 한 해 동안만 175곳과 손을 잡았다. 올해는 매출 800억원, 고객사 300곳 확보가 목표다. 사드 사태를 예견해 판로 다변화에 성공한 결과다.

이 회사는 2015년 4월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캘리포니아에 사무실과 물류창고를 세웠다. 홍콩에도 법인을 냈다. 중국 외에도 유럽·중동·남미·동남아 현지 유통망을 확보했다. 그 결과 매출 비중을 홍콩 30%, 동남아시아 30%, 미국 30%로 고르게 맞췄다. 이 같은 변화 원동력은 한류 열풍이다.

실리콘투는 한류 열풍을 사업에 적극 활용한다. 국내 화장품에 다양한 스토리를 더하고 있다. 인기드라마에 등장했거나 국내 유명스타가 사용하는 화장품이라는 방식으로 제품마다 수식어를 단다.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는 “해외에 나가면 한국 화장품을 집에 두고 관상용으로 모셔두는 일도 흔하다”면서 “한류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고 말했다.

스타일 코리안(stylekorean.com) 홈페이지 캡처.
스타일 코리안(stylekorean.com) 홈페이지 캡처.

열기가 식지 않도록 마케팅 전략도 구사한다. 해외 역직구 쇼핑몰 `스타일 코리안`을 지난해 말 개설했다. 국산 화장품 유통 플랫폼이다. 영어, 일어, 중국어 등 3개 언어를 지원한다. 60개 이상 국내 화장품 브랜드를 55개국에 판다. 최근에는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사업도 시작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스타일 코리안 상품을 올리면 홍보효과를 계산해 후원금을 준다.

실리콘투에 따르면 2015년 국산 화장품 수출 규모는 25억8000만달러다. 최근 5년간 평균 34% 성장률을 기록했다. 일본(4%), 유럽(5.3%)보다 크게 앞선 성적표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 화장품 산업은 양적·질적 내실을 다졌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 제조 원가는 낮추고 제품 질은 올렸다.

김 대표는 “국내 화장품이 호황기를 누리면서 체질을 개선, 일본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유통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바꾸고 시장을 다변화한다면 지금이 세계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절호의 기회”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유망 화장품 스타트업 2곳을 키우고 있다”면서 “앞으로 20곳 넘게 투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실리콘투는 원래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 무역회사였다. 2002년 문을 열었다. IT 붐에 편승해 호황 가도를 질주했다. 그러다 2000년대 후반 시장 상승세가 꺾일 것을 우려해 신사업 발굴에 나섰다. 2012년 화장품 유통 사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2년 만에 수출 200억원을 달성했고 2015년 `3천만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