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RCS(Rich Communication Suite)` 서비스를 공식 종료한 시점은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이 `조인T(Joyn.T)`를 종료하면서다. 하지만 재작년 말부터 신규 가입을 중단했기 때문에 국내 RCS 부활까지 사실상 1년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이통사가 RCS 서비스를 다시 내놓는 이유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이통사는 RCS가 `카카오톡` 대항마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메시징 앱에 빼앗긴 문자메시지 시장을 되찾고자 하는 소망은 여전히 남아 있다. 문자메시지가 필요한 서비스 시장도 여전하다.
적극적으로 RCS 사업을 강화하는 삼성전자는 애플 아이메시지에 대응하고, 구글 중심 스마트폰 생태계를 견제하려는 목적이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인공지능(AI) 기반 커넥티드카나 자율주행차에 RCS 기능을 활용하려는 포석도 담겨 있다.
◇이통사, 문자메시지 시장 여전히 존재
문자메시지는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이통사 주요 수익원이었다. 금융평가사 보고서에 따르면, 문자메시지는 이익률이 80%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통신기술 발달과 스마트폰 등장에 힘입어 메시징 앱 시장은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카카오톡을 비롯한 메시징 앱은 데이터를 소비하지만 사실상 무료 메신저다. 단순 문자 기능뿐만 아니라 그룹채팅, 알림확인, 대용량 멀티미디어 파일 전송 등 기능을 갖췄다. 기능이나 가격 측면에서 문자메시지와 메시징 앱을 비교하기는 어려워졌다. 메시징 앱 사용률은 급속도로 증가해 90%를 웃돈다.
이통사는 그럼에도 여전히 문자메시지가 필요한 시장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카드 수신 문자, 택배정보, 쇼핑정보 등 업무에 따라 여전히 다양한 분야에서 문자메시지가 활용된다.
따라서 메시징 앱과 경쟁보다 현재 문자메시지의 불편함을 개선한다는 게 이통사가 밝히는 RCS 부활의 가장 큰 이유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 확산도 RCS 부활을 부추겼다. RCS는 문자메시지가 근간이기 때문에 채팅을 할 때도 문장 하나하나에 과금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음성·문자 무제한인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현으로 이 같은 문제가 해소됐다.
궁극적으로는 메시징 앱에 빼앗긴 메시징 플랫폼 시장 주도권을 되찾는 게 이통사가 RCS를 다시 서비스하는 이유로 풀이된다. 이를 통한 다양한 연계·부가서비스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 RCS 강화 목적은 커넥티드카?
삼성전자가 RCS 사업을 강화하는 이유는 이통사와는 다르다. 삼성전자는 `MWC 2017`에서 RCS 서비스를 시작할 것임을 선포했다. SK텔레콤, KT, 도이치텔레콤, T모바일, 보다폰 등과 협력 중이다.
삼성전자의 RCS 개발 첫 번째 이유는 애플 아이폰 견제다. 애플은 아이폰에서 메시징 앱 기능을 제공하는 아이메시지를 서비스한다. 무료문자, 동영상 전송뿐만 아니라 다양한 특수효과가 편리함을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를 비롯한 스마트폰에 RCS 기능을 탑재, 아이메시지에 대응한다는 포석이다.
구글에 대한 견제 심리도 담겨 있다. 구글은 27개 이통사, 안드로이드폰 제조사와 RCS 지원을 위한 `안드로이드메시지`를 개발 중이다.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세계 메시징 앱 시장을 통일하겠다는 의도다. 삼성전자는 이 협력체계에서 빠져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구글은 스마트폰 운용체계(OS) 장악에 이어 문자메시지 같은 전통적 제조사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며 “삼성전자로서는 SW와 플랫폼을 구글에 내주는 등 단순 제조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RCS로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 등 차량 관련 사업에서 시너지를 내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RCS 기업인 뉴넷캐나다를 인수했고 최근엔 전장 전문기업 하만 인수를 완료했다. RCS 기능을 확대 적용, 음성 기반 명령 신호로 차량 원격 진단이나 위치정보 전송 등 다양한 기능 구현이 가능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성공 가능성, RCS 제공 가치에 달렸다
삼성전자는 해외 통신사에 스마트폰을 수출할 때 요구사항에 맞춰 RCS를 탑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RCS의 성공 가능성은 점치기 어렵다. 과거 `조인` 이용률은 0.1%에 불과했다.
조인이 실패한 것은 통신사가 유료화를 계획하면서 거부감이 생긴 것도 있지만, 이용자가 이미 기존 메시징 앱에 익숙해진 게 가장 큰 요인이다. 국내의 카카오톡, 해외 위챗이나 왓츠앱 위치는 여전히 공고하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지금 사용하는 서비스를 바꾸지 않으려는 게 이용자 심리다.
따라서 RCS가 문자메시지를 대체하는 용도에 그칠 뿐, 기존 메시징 앱과 경쟁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문자메시지 사용이 편리해지기는 하겠지만 RCS가 그 이상 파급 효과를 가져오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구글과 삼성전자, 이통사가 각각의 목적으로 RCS 부활을 추진하는 만큼, 싱겁게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용자에게는 나쁠 게 없다. 기존 메시징 앱과 RCS가 경쟁하면서 제공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품질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RCS가 선보일 차별화 기능과 이를 통해 가져올 가치에 RCS 성공 여부가 달렸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