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가 한국을 대표하는 전기차(EV)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민국 관광 일번지` `말의 고장`으로 불리던 제주가 최첨단·친환경 이동 수단인 전기차 시대를 열어 가고 있다.
제주도 세계자연유산 등재, 세계지질공원과 세계생물권 보존 지역 지정으로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데 이어 `카본프리 아일랜드(탄소 없는 섬) 2030` 비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바람과 햇볕 등 제주의 천연 에너지원을 이용해 신재생에너지원 발전을 늘리고 전기차 사용을 늘려서 궁극적으로 `탄소 없는 섬 제주`를 만들어 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그러나 이것은 가만히 있으면 이뤄지는 호락호락한 과제가 아니다.
녹색 기술 개발과 실현에 막대한 예산 투입이 전제돼야 할 뿐만 아니라 친환경 생태계와 조화를 이루는 시작점이어야 하며, 지역민의 이해와 참여가 필수 문제다.
몇 년 전 제주에 스마트그리드 실증 단지가 들어설 때만 해도 전기차나 충전인프라 화두는 먼 미래 또는 불가능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더구나 제주에서 `국제전기차엑스포`를 연다고 했을 때 감귤 주산지인 섬에서 모토쇼가 가당키나 하느냐며 조롱 섞인 야유까지 받았다.
그러나 4년 전 제주에서 시작한 국제전기차엑스포는 세계 최초의 `순수전기차 올림픽`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아직 미약하지만 국제적 위상을 높여 가고 있다. 전기차 산업과 시장 정보 공유와 시승 행사를 통해 전기차 보급에도 적잖은 공헌을 했다.
제주는 충전인프라가 단위 면적당 세계에서 가장 많이 깔려 있다. 녹색 섬 제주가 `글로벌 EV플랫폼` 면모를 갖춰 가고 있다.
17~23일 제주 서귀포 중문관광단지 여미지식물원에서 열리는 제4회 국제전기차엑스포(iEVE) 2017`에는 각국의 다양한 전기차가 집결한다. 전기차 국제표준과 자율주행기술,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관련 최신 기술의 향연도 펼쳐진다.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북미 전기차 이용자들이 직접 경험한 것을 소개하고 공유하는 전기차 이용자포럼(EVuff·이버프) 행사도 열린다. 이들은 정부나 산업계가 생각하지 못한 `전기차 에티켓 2.0시대`라는 주제로 올바른 전기차 이용 문화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족, 연인과 제주의 봄을 만끽하면서 미래 산업의 트렌드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장이 되어 줄 것이다.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도 많다. 그렇지만 `바람으로 달리는 전기차`란 슬로건으로 시작한 제1회 전기차엑스포에 환호하며 응원해 준 4만여명 방문객, 이들은 완성차업체와 배터리·충전기 등 전·후방 부품산업계 적극 참여로 이어져 2015년을 전기차 상용화 원년으로 만들어 냈다. 또 해외 각국에서 찾아와 준 세계적 석학과 전기차 기술 전문가는 전기차와 자연 환경, 신산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미래 방향을 함께 논의했다. 국제논문 콘테스트, 국제표준화 콘퍼런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알차게 만들어 전기차 산업의 마중물 역할을 해 왔다.
이제 이틀만 지나면 유채꽃이 출렁이는 제주에 친환경 이동 수단인 전기차의 축제가 막을 올린다. 화산 지형의 심한 업다운, 강한 햇볕과 폭설, 강풍과 염분, 일상에 불편했던 제주의 자연 조건을 오히려 전기차의 안전과 기능을 실증하는 테스트베드로 전환시킨 역발상, 탄핵 정국과 사드 배치로 어지러운 국내외 정치적 갈등을 극복하고 힘차게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 발원지가 되도록 많은 산업계와 국민이 4회 국제전기차엑스포와 함께하길 기대한다.
김대환 국제전기차엑스포 조직위원장 preskim@familyd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