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기록물 폐기·은닉 감시수단 없다

박 전 대통령기록물 폐기·은닉 감시수단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기간 생산된 문서를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폐기 또는 은닉을 감시할 외부 관리체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생산기관인 청와대가 법에 따라 기록물을 이관하기를 기대하는 것 말고는 수단이 없다.

이재준 대통령기록관장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통령기록관은 생산기관이 작성한 이관목록에 따라 기록물을 검수하고 이관한다”고 밝혔다.

이 관장은 “지난 13일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에 무단폐지 시 처벌 등을 안내하는 공문을 보냈다”면서 “강력한 처벌 규정이 있어 우려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대통령기록물법에 생산기관이 기록물 폐기 또는 은닉, 유출시 처벌 조항이 있지만 정상적으로 지정 작업이 이뤄졌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는 뜻이다. 검찰수사와 연관된 자료라도 외부에서 폐기 또는 은닉 등을 감시하기는 불가능하다.

대통령기록관은 지난 10일 박 전 대통령 파면 직후 대통령기록물 이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관 TF는 생산기관이 지정한 기록물을 넘겨받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는 작업만 수행한다. 청와대 등이 생산한 기록물을 지정, 분류하는 데는 관여하지 않는다.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면 최장 30년까지 열람 제한이 가능하다. 해당 문서의 공개 여부와 열람제한 기간 설정 등도 모두 대통령(권한대행) 권한이다.

이 관장은 “지정기록물은 보호기간 동안 열람을 금지하기 때문에 외부 검증을 거치는 것은 지정기록물 제도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 파면 후 대통령기록물 지정 권한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관장은 “법에 권한대행, 당선인에 지정 권한이 있는 것으로 정의됐다. 법에 따라 생산기관이 지정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장은 최근 논란이 된 청와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폐쇄와 관련 “SNS 계정을 폐쇄한 것으로 데이터 삭제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이관 일정은 인수TF와 생산기관 간 협의가 진행 중이다. 법에 따라 이관 작업은 차기 대통령 취임 전까지 완료해야 한다. 이관작업은 통상 한 달가량 소요된다. 대통령기록관은 청와대에 이관 준비 인력을 파견했다.

이 관장은 “(권한대행의) 대통령 지정 기록물 재가 시점을 알기는 어렵다”면서 “구체 일정을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