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플이 만들고 넥슨이 출시한 모바일게임 '애프터디엔드'는 한 편의 영화 같다. 부족 대대로 내려오는 과업을 완성하기 위한 모험이 줄거리다. 사라진 아버지를 찾는다는 콘셉트는 신비감을 준다. 비주얼과 사운드는 잘 어울린다. 사막에서 시작해 고대 유적지로 이어지는 여정을 잘 표현했다.
게임은 퍼즐을 푸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자연스럽게 이야기 전개가 이뤄지는 장면에서는 주변을 흐리게 처리해 집중도를 높였다. 사운드는 긴박감과 신비로움을 번갈아 주며 지루함을 던다.
핵심은 퍼즐을 푸는 것이다. 흩어진 석상 조각을 모으기 위해 막힌 길을 개척해야 한다. 퍼즐은 10여개 에피소드에 맞게 배치됐다. 화면을 360도로 돌리며 숨어 있는 장치를 찾아야 한다.
게임을 하면 조금씩 난이도가 높아진다. 비슷한 게임을 해봤다면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 어렵다면 웹에 공개된 공략을 통해 힌트를 얻으면 된다.
애프터디엔드는 유료 게임이다. 5000원이 안 되는 금액을 결제하면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추가 업데이트를 감안하면 즐길거리가 적지 않다.
넥슨은 국내 주요 게임사 중 모바일게임 산업이 자리 잡은 후 처음으로 유료게임을 냈다. 애프터디엔드가 가진 의미가 작지 않다. 게임 내 결제에 영향을 받지 않는 기승전결을 가진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었다.
애프터디엔드만 가진 장점을 꼽기는 쉽지 않다. 콘솔이나 휴대용 게임기에서 봐 왔던 콘텐츠다. 색깔은 분명하다. 독창적인 스토리를 가졌고 확장 가능성도 충분하다. 스토리, 사운드, 퍼즐을 합쳐 돈을 주고 살 만한 상품을 만들었다.
네오플이 최근 출시한 모바일게임 '이블팩토리'가 잘 만든 대학 졸업 작품이라면 애프터디엔드는 프로 개발진이 '남는 시간에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게임 같다. 상업적 결과와 상관없이 애정을 담은 게임이란 뜻이다. 진짜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잘 보여준다.
게임은 출시 직후 첫 주말 애플 앱스토어 유료 게임부문 1위, 퍼즐 카테고리 1위, 어드벤처 카테고리 1위, 전체 유료 앱 4위에 올랐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는 퍼즐 게임 부문 1위, 인기 유료 게임 3위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메인 화면 탑 배너를 통해 소개됐다. 국내 게임으로는 드물게 높은 수준 피처링을 받았다.
약 126개 국가(마켓)에서 메인화면 탑 배너를 차지했다. 최근까지 10개 국가에서 iOS 유료게임 앱 1위, 53개 국가에서 iOS 퍼즐 카테고리 게임 1위, 23개 국가에서 iOS 어드벤처 카테고리 게임 1위 달성, 56개 국가에서 iOS 인기 순위 10위권 진입했다. 게임성을 인정 받았다.
최근 한국게임 정체성은 '욕 하면서 하는 게임'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비슷한 게임성,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 비즈니스모델(BM) 때문이다.
플레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자동전투'는 “게임은 무엇인가?”라는 근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애프터디엔드가 답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게임은 목적지를 밝히지 않은 채 질주하는 한국 게임 산업에 묻는다. “당신은 왜 게임을 만드나요?”
한줄평: 서당개 십년에 과거에 급제했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