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을 가진 영화 라라랜드. 꿈같은 영화. 경쾌하다가 마지막에 울리는 영화. 구석에 밀어둔 무언가를 꺼내보게 만드는 영화. 데미언 채즐 감독이 위플래시를 만든 건 우연이 아니라 실력이었음을 입증한 영화. 음악과 춤이 흥겹게 뒤섞이는 영화.
남녀 주인공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과 미아(엠마 스톤)는 영화 초반 한 파티장에서 우연히 만난다. 미아는 손님으로, 세바스찬은 밴드 연주자로. 파티장에서 나와 밤거리를 걷다,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서 춤을 춘다. 포스터에 나오는 유명한 장면이다. 아직 서먹한 두 사람은 이를 계기로 조금씩 서로에게 관심을 갖는다.
멋진 춤을 춘 뒤 두 사람은 여운을 남긴채 헤어지려 한다. 이때 문제가 생긴다. 미아가 스마트키를 누르며 차를 찾는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이리 저리 돌아다니며 스마트키를 눌러보지만 허사다. 이때 세바스찬이 스마트키를 받아서 턱 밑에 댄다. “턱 밑에 대고 누르면 더 잘 찾아져요.”
그렇게 하자 정말로 차가 바로 응답했다. 사소한 장면이어서 기억에 남지 않았다는 사람도 있다. 영화 전체에서 비중 있는 장면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이 친해지는 과정을 보여주기에는 이처럼 사소해 보이는 에피소드가 더 어울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고 따라했다는 사람도 많다. 일부러 차를 멀리 두고 스마트키를 눌러봤다는 것이다. 그냥 누를 때보다 턱 밑에 대고 누르는 게 더 효과가 좋았다고 한다. 실험을 해봤다는 지인은 “거리를 다르게 하며 실험을 해본 결과 정말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입을 벌리면 더 잘 된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
이런 현상이 정말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일까. 내셔널 지오그래픽 실험에 따르면 효과가 있었다. 뇌를 가득 채운 물분자가 전자기파 영향을 받아 진동을 일으키고, 이 진동이 전자기파를 더욱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스마트키는 전파간섭을 막기 위해 통상 출력을 아주 낮게 맞춰놓는 데 이를 자연 증폭해 도달거리를 두 배가량 늘려준다고 한다.
스마트키는 일종의 송신용 안테나다. 안테나 기본 원리는 '공진'이다. 즉 같은 파장으로 진동을 한다는 뜻이다. 안테나는 전기적 신호를 전자기파의 진동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이 전자기파는 공기중을 날아가 수신용 안테나에 동일한 떨림을 전달한다.
스마트키를 머리에 대고 누르면 뇌를 채운 물분자가 공진을 일으킨다. 물분자의 공진이 스마트키의 약한 출력을 보완해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 뇌는 훌륭한 안테나 역할을 한 셈이다. 세바스찬은 고집 센 피아니스트이기도 하지만 나름의 방법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역할로 나온다. 머리를 안테나로 이용할 줄 아는 '삶의 지혜'가 방황 속에서도 그를 지켜준 게 아닐까?
과학적 근거까지 생겼으니 앞으로 어디에 주차했는지 찾기가 어렵다면 스마트키를 머리에 대고 눌러보자. 입을 벌리면 잘 된다고 하니 따라해보자. '??!'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