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퀄컴 “5G도 우리가”… 3GPP 표준 조기 상용화 합의 이끈 주역

[이슈분석]퀄컴 “5G도 우리가”… 3GPP 표준 조기 상용화 합의 이끈 주역

세계 이동통신 표준화 협력기구인 3GPP가 5세대(G) 이동통신을 2019년 조기 상용화하기로 함에 따라 핵심 기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G의 핵심은 '밀리미터파'로 불리는 28㎓ 이상 고주파 대역을 이동통신 주파수로 활용하는 것이다. 28㎓에선 각 주파수 대역(100㎒) 8개를 주파수집성(CA) 기술로 묶어 최대 800㎒ 대역폭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정도 대역폭을 확보하면 단순 계산해도 현재 상용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 500Mbps(SK텔레콤, LG유플러스) 4세대 롱텀에벌루션(LTE) 서비스보다 10배 이상 빠른 다운로드 속도를 낼 수 있다.

그러나 고주파 대역을 이동통신 서비스에 활용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전파 파장이 짧기 때문이다. 전파 투과력이 낮아 도달 거리가 짧고 장애물 영향을 받기 쉽다. 이러한 특성 탓에 28㎓ 이상 고주파 대역은 고정형 무선 통신 서비스에만 활용될 것이라 여겨졌다.

[이슈분석]퀄컴 “5G도 우리가”… 3GPP 표준 조기 상용화 합의 이끈 주역

통신업계는 이 한계를 돌파해 이동형 무선 통신 서비스에 고주파 대역을 활용하려 하고 있다. 지향성 빔(Narrow Directional Beams) 기술로 단말에 직접 전파를 쏘는 것이 골자다. 장애물이 있을 때는 반사시키거나 우회하도록 하는 등 간접(Non-Line-Of-Sight) 경로로 따라 전파를 보내도록 했다. 장애물을 피하는 적응형 빔포밍(Adaptive Beamforming), 반사 전파를 추적하는 빔 트래킹(Beam Tracking) 기술이 핵심이다.

28㎓ 고주파 대역 외 6㎓ 이하 저주파 대역도 활용된다. 자동차, 산업제어, 항공관제, 드론운행, 의료서비스 등 고도의 신뢰성을 요하는 이른바 '미션 크리티컬' 서비스에 6㎓ 이하 저주파 대역을 쓸 계획이다. 고주파 대역은 빠르지만 신뢰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5G 통신 서비스에서 6㎓ 이하 주파수 대역은 28㎓ 이상 고주파 대역을 보완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2019년 5G 표준 조기 가동

세계 이동통신 표준화 협력기구인 3GPP는 이러한 방향으로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5G 뉴라디오(NR:New Radio) 표준안을 마련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이 계획이 1년 앞당겨졌다. 이달 초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3GPP 총회에서 2019년 5G 상용화 개발 계획안(RP-170741)이 통과됐다. 퀄컴이 NSA(Non-Standalone) 기술안을 제시하면서 합의를 끌어냈다.

NSA 5G NR는 세계 각국이 새로운 5G 주파수를 확보할 동안 LTE 등 기존 무선 코어망을 활용해 통신 속도를 높이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표준안 승인으로 완전한 SA(Standalone) 5G NR 시대가 오기 이전인 과도기에 NSA가 대안이 될 전망이다. 세계 각국 이동통신사, 장비회사도 이 안에 동조했다. 표준안 승인을 주도한 퀄컴은 5G NR에서 NSA와 SA 두 규격의 호환성을 보장하면서도 후방 통신 기술을 완벽하게 지원하는 것을 핵심 설계 원칙으로 정했다.

퀄컴 관계자는 “4G LTE 통신 기술을 도입하던 시기에도 기존 기술인 3G와 2G 호환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면서 “당장 5G 서비스가 상용화되더라도 모든 지역을 커버하긴 어렵기 때문에 기존 LTE 기술을 보완재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5G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에도 LTE가 여전히 중요한 기술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의미다. 퀄컴은 LTE 기술로 5G 과도기 시장을 선점, 경쟁자(인텔)를 따돌리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NSA 5G NR 모뎀칩 솔루션 퀄컴 스냅드래곤 X50 시리즈

MWC 2017 퀄컴 전시관
MWC 2017 퀄컴 전시관

올해 초 인텔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서 6㎓ 이하 주파수 대역과 28㎓ 고주파 대역을 동시 지원하는 5G 모뎀칩(개발코드명 골드리지)을 선보였다. 퀄컴도 6㎓ 이하 대역을 지원하는 5G 모뎀칩을 개발해 둔 상태이긴 했으나 28㎓ 대역까지 단일 칩에서 지원하는 제품은 인텔이 처음이었다. 인텔은 이를 근거로 '세계 최초 글로벌 5G 모뎀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퀄컴은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7에서 한발 앞서 나간 모뎀 솔루션인 스냅드래곤 X50 시리즈를 선보인다. X50 시리즈는 6㎓ 이하, 28㎓ 이상 주파수 대역을 동시에 지원하면서도 3GPP 표준으로 승인된 5G NSA는 물론 SA를 모두 지원한다. 후방 호환성도 확보했다. 2G, 3G, Gbps급 다운로드 속도를 지원하는 4G LTE가 X50 시리즈에서 지원된다. NSA 5G NR가 표준으로 승인됐고, 이를 지원하는 모뎀칩 솔루션은 퀄컴 제품밖에 없다. 이에 따라서 주요 통신사는 퀄컴 솔루션으로 망 연동 테스트를 시작하고 있다.

퀄컴 스냅드래곤 X50 모뎀 시리즈
퀄컴 스냅드래곤 X50 모뎀 시리즈

5G 과도기에 핵심 역할을 수행할 4G LTE 분야에서도 퀄컴은 여전히 앞서 나가는 중이다. MWC 2017에서 인텔은 1Gbps 다운로드 속도를 지원하는 4G LTE 모뎀 솔루션 XMM7560을 공개했다. 반면에 퀄컴은 이보다 20% 빠른 속도인 1.2Gbps 다운로드를 지원하는 스냅드래곤 X20 LTE 모델을 선보였다. 1년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