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 IT융합빌딩 앞 도로. 권인소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와 학생 3명이 정차해 있는 차량 두 대에 카메라를 설치하느라 분주하다. KAIST가 개발한 '시스루(See through) 차량 영상 통합시스템' 시연 준비 현장이다.
교수와 학생들은 카메라에서 이어진 선을 차량 내부 컴퓨터와 와이파이(WiFi) 장치 등에 연결했다. 뒤 차량에는 별도 디스플레이장치를 설치하는 것으로 준비를 마쳤다.
기자는 뒤 차량에 탑승했다. 조수석에 앉은 학생이 시스루 시스템을 기동하자 디스플레이에 마술과 같은 장면이 나타났다. 5m 전방에 덩치 큰 SUV 차량이 시야를 가리고 있는데 디스플레이에는 마치 앞에 차량이 없는 것처럼 전방 풍경이 시원하게 들어왔다. 처음부터 앞에 차량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깜짝 놀라는 기자에게 동승한 하효원 박사과정이 “카메라 영상을 합성한 것”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차량 두 대에 설치한 카메라 영상을 조합, 앞 차량에 가려진 부분을 없애고 대신 앞 차량이 촬영한 영상을 더해 만든 영상이라는 것이다.
눈 앞에 펼쳐지는 실제 도로 모습과 영상 속 화면은 동일했다. 화면에서는 앞 차량만 보이지 않을 뿐이다. 조합 영상 하단부에 자그마한 직사각형 '인터페이스 바'에만 앞에 차량이 있다는 사실을 표시하고 있었다.
차량이 출발하자 디스플레이 영상도 곧바로 반응했다. 앞 유리를 통해 본 실제 도로 모습, 영상 속 화면은 거의 동시에 움직였다. 영상 시간차가 0.1초에 불과하다고 했다. 앞 차량의 촬영 영상이 전송되는데 0.4밀리세컨드(㎳), 탑승 차량의 영상과 조합 연산하는데 0.6㎳가 소요된다.
덕분에 뒤 차량 운전자도 차량 너머 도로 환경에 손쉽게 대응할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하게 된다. 운전자는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앞 차량에 가려진 전방 과속방지턱을 미리 보고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올렸다.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에도 안정적으로 대처했다. 심지어 앞 차량보다 먼저 보행자를 보고 속도를 줄이기도 했다. 기자가 탄 차량이 감속한 뒤에야 앞 차량 브레이크 등에 불이 들어왔다. 디스플레이에는 차량 너머 길을 건너는 보행자가 보였다.
통신 시연이 이어졌다. 차량이 멀리 떨어져도 통신이 유지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다. 앞 차량과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상 속 도로 모습에는 변화가 없었다. 일부 픽셀이 깨져 보이기는 했지만 차량 간 거리가 100m로 벌어진 뒤에도 영상은 안정돼 보였다.
권인소 교수는 “차량 거리가 멀어지면 정보 송·수신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차량에 가려지는 사각도 줄어들어 주고 받을 데이터량도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는 더 많은 차량이 시스루 시스템으로 시야를 공유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면서 “시스루 시스템 기술은 커넥티드카 상용화를 앞당기고, 자율주행차의 안전성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