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들이 한국 스타트업을 선발, 외국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해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가 전 세계 유망 스타트업을 자국으로 끌어들인다. 사업성을 갖춘 스타트업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육성 대상이 된다.
한국 스타트업을 선발하기 위해 국내에 진출했거나 방문하는 해외 액셀러레이터도 상당수다. 글로벌 유망 스타트업 모시기 각축전이 한국에서도 벌어지는 셈이다.
국내에서 활동하거나 국내 스타트업을 선발하는 해외 액셀러레이터로는 오렌지팹, 500스타트업, 와이콤비네이터 등이 꼽힌다. 싱가포르 액셀러레이터 SG-이노베이트, 말레이시아 액셀러레이터 글로벌혁신&창조센터(MaGIC)처럼 동남아시아에서 활동하는 액셀러레이터가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중국 벤처캐피털 SOSV의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 핵스(HAX)도 한국 스타트업 선발을 타진하는 곳 중 하나다.
이 가운데 오렌지팹은 2014년 말 한국에 사무소를 열고 프랑스에 진출시킬 스타트업을 모색하는 중이다. 오렌지팹 모회사는 프랑스 통신사인 오렌지텔레콤이다. 오렌지팹은 오렌지텔레콤과 협업할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가상현실 등 혁신분야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프랑스 현지로 진출시킬 계획이다. 선발 스타트업에는 3개월 육성 프로그램과 오렌지텔레콤 투자, 협업 기회를 제공한다.
한상용 오렌지팹 부장은 “2015년부터 프랑스 본사와 협업할 한국 스타트업을 물색 중이며, 연내 선발되는 스타트업이 있을 것”이라며 “1년에 두 번씩 스타트업 네트워킹 행사를 열어 국내 진출한 프랑스 기업과도 협업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스타트업이 실제 해외 액셀러레이터를 만나 글로벌 진출 기회를 잡는 사례도 있다.
아이쉐어링소프트는 해외 액셀러레이터를 토대로 글로벌화에 성공한 사례다. 아이쉐어링소프트는 지난해 초 미국 앙트레프레너스 라운드테이블 액셀러레리터(ERA) 입주를 계기로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했다. ERA는 미국 뉴욕에 있는 액셀러레이터다.
아이쉐어링소프트는 실시간 위치 찾기 서비스 아이쉐어링을 서비스한다. 현재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4만달러 규모 투자금과 ERA 액셀러레이션을 제공받았다. 현지 전문가가 유저인터페이스 개선 등 서비스 리뉴얼을 도왔다.
조해경 아이쉐어링소프트 대표는 “1년 전 한국에 있을 때 150만명이던 가입자가 현재 250만명으로 늘었고, 매출액은 4배 뛰었다”면서 “이전에는 해외 사용자가 30% 정도 차지했지만 지금은 50%까지 비중이 올라갔다”고 밝혔다.
에그번에듀는 말레이시아 액셀러레이터 MaGIC을 토대로 현지 진출했다. 에그번에듀는 챗봇을 이용한 언어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언어 학습 소프트웨어를 북미와 동남아에 제공 중이다. 출시 1년 만에 유료 구독자 수 2500명, 연 환산 매출 2억5000만원을 달성했다. 에그번에듀는 말레이시아에 약 8개월 간 체류하며 시장 진출 가능성을 점검했다. 이를 기점으로 현재 영국 런던에도 진출한 상황이다.
스마트스터디도 지난해 MaGIC 프로그램에 선발돼 말레이시아 현지진출에 탄력을 받았다. MaGIC에서 제공한 현지 파트너사 네트워크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스마트스터디 측은 “현지 판로개척 지원을 토대로 현지 메이저 통신사인 셀콤(Celcom), 미디어 그룹사 미디어 프리마, 말레이시아 현지 11번가(11street)와 협업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해외 액셀러레이터는 국내 스타트업 입장에서 글로벌 진출 창구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국내 스타트업 글로벌 수준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K-ICT본투글로벌센터의 '2016 글로벌 창업백서'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41.7%는 외국어 구사 수준을 '간단한 대화가 가능한 정도'라고 응답했다. 해외진출을 묻는 질문에는 약 45% 스타트업이 투자 제안서에 해외 진출 계획이 없거나 있어도 준비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작정 현지 지사를 내는 방식으로 해외 진출하는 것은 효율적인 방식이 아니다”라며 “해외 액셀러레이터는 현지 최적화된 각종 지원을 제공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으로서는 현지 진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해외 기업과 정부기관 차원 한국 스타트업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이서영 디캠프 매니저는 “한국은 창업생태계가 잘 갖춰져 해외 액셀러레이터나 정부 기관에서도 국내 스타트업을 만나고 싶다는 문의가 자주 들어온다”며 “해외 창업 관계자들과 국내 스타트업이 만나는 행사도 꾸준히 마련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3월 프렌치테크 서울을 서울 강남구에 마련했다. 한국과 프랑스 스타트업 교류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한국 스타트업 3개 팀이 프랑스 현지에서 3개월간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을 거치기도 했다.
13일에는 벨기에 4대 은행인 벨피어스 은행 및 보험사 관계자들이 방한해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 핀다, 루프펀딩, 모인, 스트리미와 만났다. 미국 벤처캐피털인 펀드&인큐베이션1776은 11월 미국에서 글로벌 챌린지컵을 개최한다. 대회에 출전할 한국 스타트업 선발전을 올 여름 한국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