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시장은 각 제품군에서 프리미엄과 일반 시장으로 나뉜다. 이전에도 고가와 저가 시장이 나뉘었지만 최근 그 구분이 더욱 두드러지는 추세다. 여기에 프리미엄 위의 프리미엄인 초프리미엄 제품까지 등장했다.
가전 시장이 성능과 가격대에 따라 나눠지면서 업체들은 각자 주력할 영역을 선택한다. 물론 초프리미엄부터 저가시장까지 모두 대응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집중하는 시장은 정해진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 가전 시장을 목표로 정했다. 양사가 프리미엄 시장에 주력하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진입 장벽이 낮은 저가 가전 시장은 이익을 내기 쉽지 않다. 가격 경쟁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프리미엄 시장은 기술적 진입 장벽으로 인해 경쟁이 제한적이다.
LG전자는 지난해 세계 가전업계 중에서 최고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7.7%에 달했다. 흑자를 내는 것도 어렵다는 가전 사업에서 이처럼 높은 이익률을 달성한 원동력은 프리미엄 가전이다.
세탁기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꾼 트윈워시 같은 혁신 제품,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초프리미엄 가전 'LG 시그니처' 등이 성과를 거뒀다. 소비자간거래(B2C)보다 안정적인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강화한 것도 주효했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사업부도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5.6%를 기록하며 전년 2.7% 대비 큰 폭으로 성장했다. 역시 배경은 프리미엄 가전 성과다. SUHD TV, 애드워시 세탁기, 셰프컬렉션 주방가전 등이 주역이다.
양사 모두 가전에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하고 제품 가치를 높이는 시도를 하고 있어 프리미엄 가전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경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전제품의 장기적인 사용이라는 특성으로 금전적인 측면보다는 소비자 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제품에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면서 “그 결과 제품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하고, 프리미엄 제품 수요는 증가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 가전업체는 여전히 중저가 시장에 머물러 있다. CES, 국제가전박람회(IFA) 등 국제 전시회에 참가한 중국 업체들은 아직도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한 선도 업체 제품을 카피한 제품 출시에 급급하다. 아직까지는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중국 업체들이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외형을 급격히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성장한 하이얼이 GE 가전사업 부문을 인수하기도 했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해외 브랜드를 인수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프리미엄 빌트인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은 해외 브랜드를 인수하며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