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고민
A사 마케팅 담당 나 상무는 이번 신제품 출시 이후 고민이 많다. 젊은 감성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비싼 작가까지 섭외해 스토리텔링 광고를 만들었는데 시장 반응이 영 시원찮기 때문이다. 요즘 너도나도 스토리텔링을 하는 통에 이젠 다들 식상해진 건지 다른 마케팅 방법을 찾아야 하나 하는 걱정만 앞선다.
▲오늘의 성공스토리
국민 드링크로 불리는 박카스의 '대한민국에서 알바생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광고가 기억나는가. 주유소에서 힘들게 일하느라 지친 알바생이 손님이 내민 박카스 한 병에 기운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이야기를 위트 있게 풀어낸 이 광고는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었고, 이 광고 덕분에 박카스는 오랫동안 '대한민국 피로회복제'로 굳건히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이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감동과 재미가 담긴 스토리로 엮어 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스토리텔링만으로는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 기업이 앞 다퉈 수많은 스토리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 이야기를 좀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색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스토리두잉'이다. 이는 스토리를 말하는(telling)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이를 직접 실천에 옮기는(Doing) 것을 말한다. 그 과정에 소비자를 참여시켜 스토리의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크리에이티브 분야 10대 구루에 꼽히는 타이 몬터규(세계 최대 광고회사인 JWT의 전 CEO)는 스토리두잉의 힘을 강조하면서 “좋은 기업은 스토리를 전달한다. 하지만 위대한 기업은 스토리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몬터규의 연구 결과 스토리텔링 기업의 영업 이익 성장률이 6.1%에 그친 데 반해 스토리두잉 기업은 10.4%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스토리두잉은 도대체 무엇인가. 1987년 출시 이래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놓은 적이 없는 강장 음료 회사 레드불. '그 누구에게도 불가능이란 없다. 새로운 도전, 모험'이라는 그들의 정신을 스토리로 만들어 광고로 내보냈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을 등장시켜서 자신의 한계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 줬다. 또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고 외친 나폴레옹을 귀여운 만화로 그려 내 '사실 그의 옷 속에는 레드불이 숨겨져 있었다'는 재미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전하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스토리텔링을 한 것이다. 그러나 레드불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소비자가 직접 레드불 스토리를 체험할 수 있도록 이벤트를 열었다, 1000㎞가 넘는 알프스 산맥을 패러글라이더와 도보로만 횡단하는 '엑스알프스(X-Alps)', 3만m 이상 높이에서 뛰어내린 스카이다이빙 선수의 위대한 도전기 '스트라토스(Stratos)', 직접 만든 비행물체를 타고 날아 보는 '플루크타크(Flugtag)'와 같이 다른 데서는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실험적인 이벤트를 열었다. 그러자 극한 스포츠나 위험한 모험 또는 무모한 도전을 즐기는 이들이 세계에서 모여들었고, 열광적으로 참여했다. 소비자는 자신의 꿈과 열정을 응원하는 레드불의 진정성을 몸소 느낄 수 있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기업과 제품 호감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미국 온라인 안경 판매업체 와비파커도 스토리두잉을 잘하는 기업의 하나다. 이 회사를 세운 배경엔 창립 멤버의 한 명인 닐 블루먼솔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그는 빈곤층에게 안경을 공급하는 단체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다. 그때 세계 10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가난 때문에 안경을 쓰지 못하고, 이로 인해 생산성이 떨어져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악순환을 끊고 싶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세운 그는 설립 초기부터 'buy a pair, give a pair'라는 캠페인을 했다. 소비자가 안경 하나를 사면 하나를 가난한 사람에게 보내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와비 파커는 창립 스토리를 소비자에게 알리면서 그들을 직접 참여시켰다. 바로 스토리두잉을 한 것이다. 덕분에 론칭 첫해에만 2만여개의 안경을 가난한 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오늘의 아이디어
혹시 당신도 스토리텔링보다 더 강력한 마케팅이 필요한가. 이제 레드불과 와비파커처럼 스토리두잉을 해보자. 말만 앞세우기보다 행동을 보여 주는 기업에 소비자는 열광적인 지지를 보낼 것이다.
윤희정 IGM 글로벌 비즈킷 컨텐츠제작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