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디지털복지다](1)사회적 소외계층, 디지털에서도 소외

[이제는 디지털복지다](1)사회적 소외계층, 디지털에서도 소외

숨가쁘게 달려왔다. 뒤를 돌아볼 겨를도 없었다. 총알처럼 날아가는 기술 진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는 누구인가. 바로 대한민국 정보기술(IT) 얘기다. IT산업은 어느 듯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수출효자 산업이 됐다. 밤을 하얗게 세운 IT인들의 땀과 노력 결과다. 이제는 잠시 쉬어가자. 여유를 찾고 IT가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보면 어떨까.

전자신문은 지난해 미국과 일본, 영국, 덴마크, 뉴질랜드, 이스라엘 등 세계 6개국을 방문해 디지털복지 현장을 소개했다. 이번에는 국내편이다. 정보 불평등을 겪는 취약계층 지원 현장을 소개하고, 디지털복지를 가능케 하는 기술도 찾아본다. 이를 통해 장애인 여성 노인 다문화가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한국식 디지털복지 방향을 찾아본다.

0과 1이 지배하는 디지털 세상이다. 세상은 복잡해졌지만 정보 저장과 전달은 단순해졌다. 세상을 0과 1로 재현하는 디지털 덕분에 변화 속도가 빨라졌다. 아날로그가 사라지고 디지털만 남는 이유다. 변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뒤처진다. 변화 속도를 못 쫓아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 획득을 위해 필요한 단말기와 사용법, 활용 능력을 모두가 갖출 수는 없다. 바로 정보격차다.

정보격차에 따른 디지털 소외계층은 장애인과 장년·노년층, 저소득층, 농어민, 북한 이탈주민, 결혼 이민자 등이다. 사회적 소외계층과 별반 다르지 않다. 디지털에서 미래의 꿈과 희망을 키워가는 청소년도 적지 않다.

장애인은 몸이 불편하고 장년·노년층은 예전 것에 익숙하다. 저소득층은 새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돈이 없다. 농어민은 접할 기회가 적다. 북한 이탈주민과 결혼 이민자는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것조차 버겁다. 정보 격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소외계층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전체 국민의 58.6% 수준으로 조사됐다. 절반을 조금 넘었다. 디지털 정보화 역량은 45.2%로 가장 낮았다. 디지털 정보화 활용은 59%다. 인터넷 이용률도 전체 국민 88.3%에 비해 소외계층은 24.9%P 낮다.

◇디지털 정보화 수준, 장년·노년층이 가장 뒤처져

계층별로 보면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장년·노년층이 54%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농어민과 저소득층이 뒤를 이었다. 장·노년층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전년 대비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뒤처진다. 디지털 정보화 역량 수준은 34.9%에 불과했다.

스마트폰도 장·노년층은 57.2%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민 보유율 85%에 비해 23.8%P 낮다. 스마트패드는 4.5%, 기타 스마트 주변기기는 0.7%에 머물렀다. 반면 스마트폰 외 피처폰 보유율은 28.4%로 셋 중 한 명은 피처폰을 지닌 것으로 파악됐다.

인터넷 이용률도 마찬가지다. 장·노년층은 63.4%만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 국민 인터넷 이용률 88.3%에 비해 29.0%P 낮다. 70대 이상 노인은 23.5%만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인터넷 이용률은 여성(50.9%)보다 남성(69.2%)이, 고학력·고소득층일수록 높았다.

◇탈북자와 결혼 이민자, 새로운 취약 계층으로 등장

탈북자와 결혼 이민자도 정보화 취약계층으로 떠올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입 인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탈북자는 2011년부터 취약계층으로 편입됐다.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 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2015년 94.7을 기록했다.

하지만 정보화 역량 수준은 2015년 68에 그쳤다. 연평균 성장률이 8.4에 달했지만 국민 평균과 격차는 32에 달했다.

정보화 활용 수준도 2015년 77.7로 10년 새 24.7 증가했지만 격차는 22.3로 컸다. 결혼 이민자도 탈북자와 같은 2011년부터 취약계층으로 분류됐다.

이들 정보화 수준은 2011년 87.5에서, 2015년 98.4로 전체 국민과의 차이는 1.6으로 대등하다. 하지만 정보화 역량 수준은 2015년 70.8로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정보화 활용 수준도 2004년 60.0에서 시작해 2015년 82.8에 머물렀다.

일반 국민 가운데 무직자 정보화 수준은 2004년 71.2에서 2015년 56.2로 유일하게 감소했다. 무직자를 소외계층으로 편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진흥원 측은 설명했다.

◇정보격차를 줄이다

정부에서는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2004년부터 웹 접근성 제고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웹 접근성 제고 사업은 장애인, 고령층 등 국민 모두가 차별 없이 웹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접근하는 게 목적이다. 웹 사용환경을 개선하는 작업인 셈이다.

스마트폰 확산에 따른 모바일 분야 접근성을 높이려고 2011년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접근성 지침'을 제정키도 했다. 2014년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접근성 진단·컨설팅,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접근성 품질심사 시범사업도 추진했다.

정부는 정보화진흥원을 통해 정보통신기기를 구입하거나 사용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있다. 장애인과 고령자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정보통신 보조기기를 개발해 보급하는 방식이다. '사랑의 그린 PC'와 청각·언어장애인을 위한 통신중계서비스 '손말이음센터'가 대표적이다.

대국민 정보화 교육도 마련돼 있다. 전반적으로 소외계층이 취약한 정보활용 능력을 제고하려는 목적이다. 주요 대상은 장애인과 고령층, 탈북자, 결혼 이민자다.

장애인은 유형에 따라 집합교육과 방문교육, IT 전문인력 양성교육을 실시하고, IT긴급서비스도 무상 지원한다. 2000년부터 2014년 6월까지 총 55만7000여명이 고령층 정보화 교육을 받았다.

북한 이탈주민은 2004년, 결혼 이민자는 2006년부터 정보화 교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진흥원 관계자는 “2011년부터는 청년 IT튜터를 양성해 여름방학 동안 지역아동센터 아동을 대상으로 정보화 교육도 지원하고 있다”면서 “정보격차 해소 교육사업 외에도 미래를 대비한 정보화 교육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복지에 관심이 있는 정부, 공공기관, 지자체 및 민간 기업들의 많은 참여와 후원을 바랍니다.(연락처 up@etnews.com, (02)2168-9410)

유창선 성장기업부(구로/성수/인천)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