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한 금요일 오후 3시. 서울 노원구에 있는 성민복지관 정보나눔방에 스무 살 남짓 보이는 남녀 학생 아홉 명이 모였다. 하나같이 모니터를 쳐다보며 무엇인가에 열중하고 있다. 언뜻 보기엔 일반 교실과 다를 바가 없다.
아홉 명 학생은 성민교양대학교 2학년이다. 대부분 지적 2급이다. 지적 2급은 장애인과 장애인 경계에 있는 3급에 비해 인지 능력이 조금 떨어진다. 하지만 교육하기에 따라 사회구성원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수준이다. 성민복지관은 한국정보화진흥원 지원을 받아 장애인 학생에게 정보화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사전 동의를 얻어 교실에 들어섰다.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소형민 학생(22살·지적 2급)을 제외하면 모두 꿋꿋이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정보화 교육을 받는 성민교양대학교 2학년생은 모두 열 명이다. 윤재환 학생(21살·지적 2급)은 쇼트트랙 대회에 참가하느라 자리를 비웠다. 정보화 교육을 담당하는 이영화 교사는 “정보기술자격(ITQ) 시험이 내달 8일이라 정신없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맨 앞줄에 앉은 학생 네 명이 시험을 치른다.
고혜진 학생(지적 2급)은 이미 ITQ 자격증을 땄다. 아깝게 B급에 그쳐 A급에 다시 도전하고 있다. 모니터에는 예제를 보고 직접 작성한 문서가 떠있다. 예제에 나온 그대로다.
혜진 양은 “이번엔 자신 있다”며 수줍은 듯 미소를 짓는다.
평소 꽃을 좋아하는 혜진 양의 꿈은 플로리스트다. 유튜브 동영상으로 플로리스트 강의를 들으며 조금씩 꿈을 키우고 있다.
혜진 양과 함께 ITQ 시험을 준비 중인 이정진 학생(21살·지적 3급)은 모니터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실습에 열을 올렸다. 나머지 학생들은 각자 흥미있는 분야를 실습 중이다. 한글 문서 작업부터 포토숍, 동영상 제작 등 다양하다.
이 교사는 “장애별 특성을 이해하는 게 먼저”라면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가르치면 느리지만 조금씩 따라온다”고 말했다.
이성학 학생(22살·자폐 3급)은 동영상에 관심이 많다. 동영상을 찾아보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만들기도 한다. 수업 시간 내내 헤드셋을 착용하고 직접 만든 동영상을 감상했다. 스마트폰도 주로 동영상을 보는 데 쓴다. 가장 좋아하는 동영상을 보여달랬더니 유튜브 앱에서 '히든 싱어'를 찾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데 거침이 없다. 교육 내용 가운데 스마트폰 사용법도 포함돼있어서다.
이성학 학생은 직접 만든 동영상을 부모님과 친구에게 자랑하고 싶어 한다. 동영상 촬영법과 업로드 방법은 아직 배우지 못했다고 한다.
매주 금요일 수업만으로 부족한 학생을 위해 월요일과 수요일 방과 후 시간을 따로 마련했다고 이 교사는 설명했다.
이 교사는 수업 도중 정보검색 문제를 자주 낸다. 예를 들어 특정 음식 조리법이나 외부 활동 나가기 전에 해당 장소를 찾아가는 방법을 묻는 식이다. 해답을 찾으면 단체 카톡방에 올리도록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정보 접근성을 높여간다.
이 교사는 “성민교양대학은 학생들을 취업시키는 게 목적이 아니다”면서 “4년이라는 시간동안 학생들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주려 애쓴다”고 말했다.
물론 일찍 재능을 발견한 학생은 졸업과 동시에 취업에 나가기도 한다. 졸업 후엔 적응교육을 받으며 취업을 준비한다. 대부분 ITQ나 포토숍 자격증을 따면 일반 사무직으로 입사한다. 바리스타나 플로리스트를 준비하는 학생도 여럿이다.
이들에게 대학 4년은 꿈을 찾는 시간이다. 외부 활동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학생들이 정보화 교육 시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대부분 흥미 위주 수업인 이유다.
이 교사는 “정보화 교육은 장애인들이 세상과 소통하고 작은 일이라도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해준다”면서 “이 때 얻은 성취감과 자신감은 장애인이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구로/성수/인천)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