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는 통신문제 해결을 위한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통신시장은 물론이고 통신산업을 동시에 보는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단통법 골격은 유지하되, 시장자율경쟁 수위를 높이는 정책이 해법으로 제시된다.
단통법은 '차별금지'가 초점이다. 국민 공감대도 충분했다. 극소수 이용자가 혜택을 독점하는 행태에 대한 반발도 한 몫 했다. 단통법 시행 이후 이같은 행태는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법 목적이 상당히 달성됐다고 보는 근거다.
차별은 최소화하고 경쟁은 장려하는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 여기에 '투자'라는 난제가 더해진다. 5세대(5G) 이동통신은 일자리 100만개를 만드는 저력을 가졌다. 어려운 경제를 살릴 몇 안 되는 대안 가운데 하나다. 막대한 투자비가 걸림돌이다. 최소 '30조원'이 거론된다. 투자여력 확보가 중요하다. 결국 차별을 금지하고 경쟁을 활성화하면서도, 투자여력까지 챙기는 '3차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셈이다.
핵심 해법은 '시장자율경쟁'이라는 게 전문가 견해다. 정부 한계를 시장 힘으로 보완하자는 처방이다. 차별금지·경쟁활성화·투자여력확보 3차 방정식 풀이를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보자는 것이다.
10월 일몰 지원금상한제는 자율경쟁 분위기는 조성하겠지만 시장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일주일 공시'라는 강한 차별금지 조항이 건재해서다. '지원금 연동 20% 요금할인'도 지원금 폭등 가능성을 낮춘다. 지원금이 오르면 할인액도 오른다. '요금인가제 폐지' 기대가 더 크다. 국회 통과만 남았다. 요금·서비스 경쟁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통신3사 외 '제4 세력' 육성이 시장 활력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많다. 알뜰폰(MVNO)과 케이블TV가 이 역할을 한다. 케이블TV는 '동등결합'으로 유선 경쟁력을 보강했다. 알뜰폰은 이동통신 11% 점유로 존재감을 굳혔다.
차기정부는 4차 산업혁명 대변혁기를 준비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는다. 5G 통신 인프라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한 통신 정책이 필요하다. 이스라엘처럼 인위적 요금 규제로 통신 인프라를 망가뜨리는 우를 범할 여유가 없다. 시장의 힘을 빌려 요금경쟁을 유도하는 한편 인프라 투자의욕도 고취하는 유연한 자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통신 전문가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김남 충북대 정보통신학부 교수는 “통신 규제가 강한 우리나라와 달리 시장자율경쟁은 세계적 흐름”이라면서 “통신사가 요금이나 서비스를 자유롭게 내놓는 한편 투자에도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 가계통신비 추이, 자료:통계청 가계동향>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