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 산업혁명 대변혁이 몰려온다. 단순한 구호에 그칠 것인지, 실체가 있는 것인지 전망이 엇갈린다. 한국을 대표하는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은 '새로운 정보통신기술(New ICT)'을 키워드로 4차 산업혁명 선도를 자신한다. '개방과 협력'이라는 실행 방법도 제시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 인프라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물론이다. New ICT 의미와 실행전략을 짚어본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1월 취임사에서 'New ICT'라는 화두를 던졌다.
박 사장은 New ICT를 '새로운 판'으로 정의했다. 새로운 판이 생기는 동력은 '연결'과 '융합'이라고 진단했다. ICT가 고도화하면서 기존에는 불가능하거나 과도한 비용 탓에 시도하기 힘들었던 연결과 융합이 등장, New ICT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New ICT는 연결과 융합을 가속화해 국경·산업 영역 구분을 무너뜨린다. 통신이 더 이상 내수에만 머무를 수 없고, 음성통화와 문자서비스에 그칠 수 없다는 결론이다. 국경을 넘고, 새로운 ICT에 도전해야 한다는 당위성이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이러한 대변혁에 적응할 수 없다는 게 박 사장의 단호한 생각이다. 자체 역량을 혁신하는 한편, 외부 강자와 협력하는 게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빠른 길이다.
박 사장이 줄곧 '1등과 협력하라'는 메시지를 임직원에 전파한 건 이같은 맥락이다.
박 사장은 “4차 산업혁명은 개방과 협력 시대”라면서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New ICT 새 판 짜기를 주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박 사장이 거론한 New ICT는 인공지능(AI)·자율주행차·사물인터넷(IoT)·로보틱스·양자·스마트홈·플랫폼·에너지관리솔루션 등이다. 전통 통신 영역에서 벗어난 참신한 아이템이 대다수다. 그가 정의한 New ICT에 부합한다.
박 사장은 취임사를 발표한 지 열흘 만에 실행전략을 내놓는 남다른 추진력을 과시했다. 3년 간 New ICT 생태계와 인프라에 1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5조원은 New ICT 생태계 조성 몫이다. AI, 자율주행차, IoT, 스마트홈, 에너지관리 솔루션이 핵심이다.
'새 판'을 짠다는 전략에 따라 국내외 협력을 모색한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IoT 오픈하우스'는 그 결과물이다. 벤처육성센터, 산학연계 인재 양성, T디벨로퍼도 유사하다. 박 사장은 CES 2017에서 삼성전자, 인텔, 엔비디아 등을 방문해 협력을 타진했다.
새 판은 연결과 융합에서 온다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기반은 '인프라'다. SK텔레콤은 5G와 2.6㎓ 전국망 구축에 2019년까지 6조원을 투자한다.
5G 상용화 시기는 당초 2020년에서 2019년으로 앞당겼다. 올해 서울 강남과 인천 영종도, 경기 분당 3곳에 '5G 전초기지'를 구축한다.
강남에서는 도심 5G 기술을 연구하고, 영종도에선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한다. 분당은 5G 협력 기지다.
SK텔레콤의 강점은 일사분란한 실행력에 있다. 방향이 정해지면 거침없이 목표달성을 향해 나아간다.
New ICT 전략에서도 이런 강점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지난해 11월 BMW 영종도 드라이빙센터에서 세계 최대 5G 시험망 기반 커넥티드카 'T5'를 공개하고, 불과 석달 후인 올해 2월 에릭슨·BMW그룹코리아와 고속주행 5G 전송 시연에 성공했다.
시속 170㎞로 달리는 자동차에서 3.6Gbps 속도로 통신을 해낸 것이다. 자율주행차 안전성을 더욱 높인 쾌거로 평가된다.
5G는 1000분의 1초 미만의 초저지연 기술을 통해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에서도 긴박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비상상황 발생시 즉각 대처가 가능하다.
여기에는 빔포밍, 빔트래킹 등 5G 핵심기술이 적용됐다. 고속 주행하는 자동차를 특정해 전파를 발사하는 기술이다.
해당 기술이 상용화되면 자율주행차 안전 주행을 도울 뿐만 아니라 가상현실(VR) 등 대용량 콘텐츠도 즐길 수 있게 된다. 두 손과 눈이 자유로워진 운전자에게 즐거움을 주게 되는 것이다.
SK텔레콤은 MWC 2017에서 노키아와 양자암호통신 시스템을 공동 상용화한다고 발표했다. 도이치텔레콤과는 양자 글로벌 생태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새로운 ICT, 글로벌 사업자와 협력이라는 전략을 발빠르게 실천한 것이다.
박 사장은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 물결이 퍼져나가고 있다. 혼자만의 힘이 아닌 개방과 협력을 통해 진정한 New ICT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New ICT 생태계가 한국의 새로운 경제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