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프라이버시 놓고 미 행정부-의회 충돌

모바일기기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미 소비자.
모바일기기로 인터넷을 사용하는 미 소비자.

미 행정부와 상원이 인터넷상 소비자 프라이버시 보호를 놓고 충돌했다. 인터넷망을 제공하는 인터넷프로바이더(통신 및 케이블사업자)에게 보다 강화한 소비자 정보보호책을 마련하라는 행정부 법안을 상원이 거부했다. 거부된 법안은 하원으로 넘어가 폐기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소비자 및 프라이버시 보호 단체는 반발했고 산업계는 환영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 상원은 23일(현지시간)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마련한 인터넷 프라이버시 보호 법안을 거부하는 결의안을 50 대 48, 두 표 차이로 승인했다. 부결된 법안은 하원에서 생존 여부가 가려진다. 법안은 인터넷프로바이더로부터 소비자의 온라인 보호를 강화한 것이 골자다. 인터넷프로바이더들이 온라인에서 얻은 소비자 정보를 광고 목적으로 판매하거나 광고사업자와 공유 하는 것을 금지했다. 지난해에는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에서 통과됐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상원을 공화당이 장악함에 따라 결과가 번복됐다. 지난해 공화당은 법안을 반대하면서 “법안이 너무 나갔다. 통신사업자들의 사업 활동을 제약한다”고 말했다.

'광대역(브로드밴드) 및 통신서비스업체의 고객 프라이버시 보호(Protecting the Privacy of Consumers of Broadband and Other Telecommunication Service)'라는 이름으로 FCC가 의회 통과를 추진한 법안은 인터넷프로바이더들의 소비자 데이터 남용을 금지하기 위한 것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웹을 이용하면서 노출된 소비자 정보를 인터넷프러바이더들이 함부로 사용할 수 없게 했다.

미 행정부 관계자는 “FCC가 마련한 인터넷 프라이버시 법안은 어떤 환경에서도 인터넷프러바이더들이 소비자 데이터를 팔거나 공유할 수 없게 하고 있다”며 “앱 사용 기록과 모바일 위치 데이터 등 FCC가 민감한 데이터로 지정한 자료를 인터넷프로바이더들이 함부로 사용하면 소비자들이 이를 중지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플레이크 의원이 최근 하원 리셉션장에 들어서고 있다.
플레이크 의원이 최근 하원 리셉션장에 들어서고 있다.

FCC 법안을 무력화시킨 결의안은 상원 공화 의원 제프 플레이크(Jeff Flake·아리조나주)가 합동 결의안형태로 대표로 발의했다. FCC가 마련한 프라이버시 법안이 실제 효력을 발휘하는 것을 무효화하는 한편 FCC가 소비자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비슷한 내용을 법안화 하는 것도 금지했다. FCC 법안 거부에는 친기업가적인 트럼프 행정부 방향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FCC 새 의장에 부임한 아지트 파이도 친 기업가적 성향을 갖고 있다.

FCC 법안 무효화에 대한 반응은 갈렸다. 산업계는 반색했다. 메이저 케이블사업자를 대변하는 미국 인터넷&TV협회(NCTA)는 “FCC의 잘못된 접근을 되돌려 놓은 한발 나아간 조치다.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소비자 및 프라이버시 단체는 결의안을 맹비난했다. 미 소비자보호단체인 시민자유연합(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의 법률 고문 니마 사인 굴리아니는 성명에서 “매우 실망스러운 조치다. 상원은 오늘 미국인의 프라이버시권을 말살하는 것을 투표했다. 컴캐스트, AT&T, 버라이즌 같은 메이저 인터넷 컴퍼니의 수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FCC는 아직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인터넷프로바이어들은 구글, 페이스북처럼 온라인 광고 분야 거인이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FCC 법안은 이를 가로막고 있어, 그동안 통신 및 케이블사업자들은 법안을 강하게 반대해왔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