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소방서가 무선통신망 보강에 나섰다. 디지털 무전기 업계는 특수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과 울산, 강원 등 전국 소방본부에서 최근 무선통신망 보강 사업을 잇달아 발주했다. 이미 발주했거나 4월까지 발주 예정인 소방본부만 서울소방재난본부를 비롯 모두 12곳이다. 전국 17개 소방본부에서 5곳을 제외한 나머지 소방본부가 일제히 통신망 보강에 나선 것이다. 서울과 울산, 경남은 이미 사업자 선정까지 마쳤다. 금액으로 따지만 약 6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발주 물량을 이미 넘어섰다. 나머지 소방본부도 올해 안에 무선통신망 보강 관련 사업을 추가 발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무선통신망 보강 사업 핵심은 디지털 무전기 보급이다. 디지털 무전기는 신호 세기와 상관없이 음질은 그대로다. 일단 전달만 되면 깨끗한 음질로 통화할 수 있다. 외부 소음을 줄여 주는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적용하면 목소리만 또렷하게 전달한다. 데이터 통신이라 음성 외에 문자 메시지 전송은 물론 위성항법장치(GPS)로 위치 추적도 지원한다.
소방 관계자는 “디지털 무선통신으로 전환하려면 전량 교체해야 한다”면서 “노후된 제품부터 기존 아날로그 무전기와 디지털 무전기 동시 통신이 가능한 모델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소방본부에서 자체 무선통신망 보강에 나서는 이유는 국가재난안전통신망(PS-LTE48) 사업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사업자 선정이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소방본부 측은 기존 소방 통신망이 노후돼 더 이상 기다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기존 아날로그 무전기로는 긴급구조표준은 물론 위치관제도 불가능하다.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없어서다.
실제로 디지털 무전기는 작전망으로 쓰인다. 중계기 없이도 통신을 할 수 있다. 통합 지휘보고 체계인 PS-LTE48과 병행해야 한다는 게 소방 측 주장이다.
경찰과 달리 소방이 지역별 무선통신망 보강이 가능한 이유는 무선 통신채널을 따로 쓰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구분해서 쓰고 지역이 겹치거나 전국적인 재난상황 때만 별도 할당된 채널로 통신한다.
이들 소방본부는 내년까지는 기존 아날로그 무선통신망을 디지털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2016년부터 기존의 광대역(25㎑폭) 아날로그 무전기 무선기기 적합 인증이 중단됐다. 무선국 허가·신고 접수도 내년까지만 받기로 했다. 아날로그 무전기를 쓰고 싶어도 못 쓰는 상황인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교환국 설치에만 많은 비용이 드는 테트라(TETRA)를 지역별로 도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재난안전통신망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디지털 무전기를 활용한 통신이 가장 쉽다”고 말했다.
<전국 지역별 소방 통신망 보강사업 현황, (출처:업계 취합)>
유창선 성장기업부(구로/성수/인천)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