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취임 뒤 첫 공식 행사에서 투명성을 주요 경영 화두로 제시했다. 최근 경영진 교체로 이사회 의장, 대표, 창업주가 서로 견제하는 투명경영 구조를 만들었다. 기술 플랫폼 도약을 위해 정책 공개와 공정성 확보에 집중한다. 소상공인·창작자를 지원하는 '프로젝트 꽃'을 공익사업까지 확대, 투명하고 적극적인 사업 기회를 제공한다.
한 대표는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 애비뉴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여타 회사에 없는 투명한 경영 구조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17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네이버 대표로서 공식 취임했다.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이 이사회 의장에 선임되고 이해진 창업자는 북미·유럽시장 진출 전략 구상에 집중한다.
데이터 공개를 확대한다. 플랫폼 공정성 확보로 신뢰성을 강화한다. 한 대표는 “투명성 확보를 위해 서비스 데이터를 공개하고 잘 사용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면서 “플랫폼 공정성에 신경쓰고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변화 등 네이버 정책과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상공인, 콘텐츠, 기술 등 투자도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추진한다. 사내 600억원 규모 분수펀드를 마련, 프로젝트 꽃 대상을 소셜벤처, 소규모 공익단체, 소프트웨어(SW) 인재 양성까지 확대한다. 단순 투자·기부가 가진 불투명성을 극복한다. 한 대표는 “이번 펀드는 프로젝트 꽃 범위를 확대, 공익재단 지원 등 사회적 역할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 일문일답.
-경영진이 교체됐는데 역할은 어떻게 되나. 기술 플랫폼 진화를 위한 상반기 계획, 인공지능 플랫폼 서비스 일정은?
▲이해진 창업자는 네이버 글로벌, 차세대 미래 전략을 짜는 사내이사다. 글로벌 투자와 사업을 이끌고 유럽과 북미 진출 관련 시장 개척에 매진한다. 나는 네이버 사업 경영계획을 만들고 잘 끌어가는 방법을 고민한다. 많은 사업을 통해 성과를 거두고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려 한다.
통·번역 앱 파파고와 웹브라우저 웨일을 공개했다. 자율주행차는 이달 말 모터쇼에서 공개한다. 'J 태스크포스(TF)'에서 준비하는 클로버 등 결과물은 올해 여름쯤 보게 될 것이다. 외부 제휴업체와 협력은 가능성을 열어두지만 시기와 방법을 고민한다. 지금은 결과물 품질에 집중한다.
-분수 펀드는 사실상 기부금 성격이다. 펀드라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5월 문을 여는 파트너스퀘어에 대해서도 설명해 달라.
▲분수펀드라고 정한 이유는 기부금이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사용자 댓글을 봐도 재단에 기부하는 게 좋지 않은 의미로 사용된다. 기부금이라는 항목이 있지만 정확히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 고민했다. 분수펀드는 단순 기부가 아니라 프로젝트 꽃을 하면서 사업을 더 잘하고 제대로 챙기기 위해 도입한 개념이다. 펀드라는 이름이 들어가면 어디에 쓰이는지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게 용이하다고 깨달았다. 사내 예산을 만들면서 내부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
파트너스퀘어도 그런 예 중 하나다. 아이디어를 내서 내부 직원이 프로젝트 꽃 사업 아이템을 적극 발굴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파트너스퀘어 강남은 주로 키워드 광고 중심으로 쇼핑 창업을 지원한다. 이용 비율도 높고 지방에서도 와서 많이 쓴다. 부산 파트너스퀘어는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으로 어떻게 넘길지 고민하는 사람을 위해 마련했다. 강남이나 왕십리 지역 파트너스퀘어와 다른 점은 창작자를 위한 동영상 지원이다. 창작자가 직접 비싼 장비를 구매하기 어렵다. 5월쯤 문을 열 예정이다. 부산 성공 뒤 다른 지역을 고려하겠다.
-실급검 공개 확대 외에 또 다른 투명성 강화 계획이 있나.
▲실급검 관련해서 15초에서 30초로 랭킹을 변경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순위 노출을 10위에서 20위로 확대했다. 사업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계속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관련 루머도 나왔다. 실급검 키워드 순위가 어떻게 오르내리며 변하는지 추적하는 트래킹 기능이 적용될 것이다. 내부 테스트 중이며 29일 오후쯤 반영된다.
그동안 PC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해 트렌드를 보여주는 데이터랩이 있었다. 모바일 데이터랩도 추가할 것이다. 많은 데이터가 올라가고 사용자가 원하는 데이터를 보도록 하겠다.
-인터넷기업협회 주도로 디지털경제협의회가 출범한다. 회장으로서 디지털경제협의회 의미를 설명해 달라.
▲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핀테크포럼 등 여러 단체가 있는데 같이 모여서 이야기를 한 경험이 많지 않다. 네이버를 포함한 많은 기업이 현 상황에 대해 걱정한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응할 부분이 없을까 고민했다. 인터넷산업은 빠른 속도로 변화한다. 경계도 어디까지인지 모를 정도다.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
방송통신 분야에서도 인터넷서비스 관련 사업을 한다. 네이버TV, 채팅 서비스 등 우리와 경쟁하는 부분도 있다. 쇼핑도 글로벌 경쟁 환경 속에 놓여 있다. 여러 분야 회사가 모여서 논의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서 디지털경제협의회 얘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해 말 대표에 내정되고 로드맵을 발표한 뒤 지금까지 행보를 평가한다면. 네이버는 올해 말, 내년에 어떤 회사 될 것인가. 중장기적으로 어떤 회사를 지향하는가.
▲지난해 11월 기술 플랫폼을 선언했다. 파파고 앱도 나오고 웨일 브라우저도 나왔다. 네앱연구소에서 AI 비서 '네이버 아이'도 실험한다. 자율주행 부분은 조만간 공개한다. 올해 여름에는 AI 스피커 등도 모습을 보인다. 대표 내정된 뒤 6개월 동안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내부 변화가 많았다. 그 흐름 속에서 기술이 서비스로 적용되거나 실제 사용자 눈에 보여지는 부분에서 여러 성과가 있었다. 네이버가 가진 기술이 이제 조금 이용자에게 보여주는 단계다. 10년, 15년 준비한 것들이 지금 소개되는 것이다.
내부에서 기술을 많이 강조하지만 훌륭한 기술, 엔지니어 확보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자본도 글로벌 대기업에 대응하기에 부족하다. 미래 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현재를 살아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를 버티지 못하면 3년 뒤에 어떻게 될까 하는 절박감과 고민이 많다.
구글·페이스북과 비교, 유럽 성공 가능성, 라인 성장세 주춤 이런 이야기 들으면서 경영진끼리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네이버는 국내에서도 주도권을 놓치면 안 되고 라인도 살아가야 한다. 사회적 책임도 져야 한다. 여러 사람의 경험, 조언, 협조,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자율주행차와 관련해 네이버 지향점은 무엇인가. 음성인식이 중요한 플랫폼으로 떠오르는데 어느 정도로 활용할 계획인가.
▲지금 단계에서 자율주행차 사업을 어떻게 하겠다 말하기 어렵다. 네이버가 하는 이유는 사람이 사는 여러 공간 중 자동차라는 곳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안에서 벌이는 여러 활동이 중요하다. 차 안에서 움직임에 대해 네이버도 알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네이버랩스가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실현한다. 실험을 거쳐 어떤 내용이 가능한지 파악되면 어떤 부분에서 서비스를 적용하고 독자 사업을 할지 얘기하겠다.
음성인식은 검색이나 지도 앱에 이미 있었다. 하지만 사용자가 많지 않았다. 자동차 안에서는 음성이 훨씬 편한 데이터 입력 방식이다. 요즘 어린이는 음성으로 명령하고 음성비서와 얘기하는 것에 익숙하다. 타이핑을 안 하는 시기가 금방 올 것이다. 어르신들은 꺼리지 않고 지하철에서도 음성으로 통화한다. 음성은 타이핑 입력 방식을 대체할 중요한 입력방법이다. 네이버 아이를 통해 추진 중이다.
지금의 화두는 AI와 자율주행차다. 사람이 생성하는 데이터가 굉장히 많아졌다. 휴대폰 사진 매일 찍어 보관하는 양이 어마어마하다. 구글, 애플은 이용자가 사진을 어디서 찍고 어떤 음악을 듣는지 다 안다. 그전까지는 추천이라는 단어로 쓰였지만 지금은 AI로 쓰인다. 예전에는 트렌드가 언제 올지 회의적이었다. 지금은 체감이 된다. 사용자 추천, 개인화 등 만족도는 제가 봐도 나쁘지 않다. 네이버 뉴스에 추천 AI 에어스 등을 적용했다. 이른 시간 안에 AI 트렌드가 실현화된다. 5년 뒤, 10년 뒤는 잘 모르겠다.
-대표 내정되면서 변대규 이사회 의장, 이해진 창업자 등과 어떤 얘기를 나눴나.
▲대표 준비하면서 6개월 내정 기간은 행운이었다. 시의적절한 때 적절한 상황에서 도움을 주는 분들을 만났다. 변대규 의장에게 기대하고 있다. 휴맥스 경영에 대한 인사이트, 쉽지 않은 글로벌 개척을 지속한 부분이 도움이 된다. 벤처로 시작해서 성공한 이 창업자 경험도 녹아들어야 한다. 벤처 1세대로서 변 의장 경험이 접목되면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다. 중요한 역할을 하게 돼 영광이다. 변 의장과 이 창업자 조언을 많이 받고 어려울 때마다 논의할 것이다. 기술 플랫폼 회사로서의 변화와 사회적 책임 부분에 변 의장 도움을 많이 받을 것이다.
-YG와 협업 계획은. 올해 매출 증가 목표는 얼마인가.
▲YG와 협업은 기술 플랫폼에서 중요한 콘텐츠 확보를 위해서다. 기술과 콘텐츠가 합쳐져야 한다. 하나만 있으면 온전하지 않다. YG는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긴밀한 관계를 맺고 싶어 투자했다. 앞으로 구체적 논의에 진행할 계획이다.
올해 들어 콘텐츠 투자를 많이 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디오 콘텐츠 등에 투자를 많이 했지만 기초과학 투자와 유사한 흐름 속에 있다고 보면 된다. 매출 목표는 내부적으로 쓰지 않는다. 매출을 목표로 하면 그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 처음 계획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이 창업자와 일하며 알게 된 것이다. 숫자를 목표로, 돈을 버는 매출을 목표로 잡았을 때 동료 움직임이 달라진다. 올해 목표로 잡은 것은 기술 플랫폼 구현에 있어서 프로젝트 꽃을 위한 각자 파트의 역할, 투명성 등이다.
-웨일 성과는 어떤가. 뉴스 서비스 정책 변화는 어떻게 되나.
▲웨일은 이제 베타 서비스 상태라 숫자적인 목표보다 사용자가 웨일을 대체할 만한가에 더 집중한다. 나도 인터넷 익스플로어와 웨일을 교체하며 쓴다. 사내 서비스라서 쓰지 않고 두 개 아이콘을 놓고 습관적으로 어떤 것을 쓰는지 본다. 일주일쯤 지나니 웨일로 바뀌었다. 대체할 만한 품질은 가졌다고 자신한다. 미진한 부분 등은 계속 실험하고 만족도를 올리는 중이다. 베타 테스트 기간 지나고 정식으로 마케팅하는 기간이 된다면 그 때 성과를 이야기하겠다. 뉴스는 우리도 관심이 많다. 작년부터 조금씩 실험을 하는데 이전보다 해당 언론사가 잘 보이는 구조로 바꾸는 방향으로 잡았다. 콘텐츠 확보에 중요한 파트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