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한국, 전문 전시회는 중국에 뒤져...IMID 학술대회·전시회 통합 급물살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디스플레이 산업 기반을 갖추고도 디스플레이 국제 전시회 주도권을 미국, 중국, 일본에 내주면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학회와 협회는 학술대회와 산업 전시회로 각각 개최한 국제정보디스플레이산업대전(IMID)을 내후년부터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디스플레이 분야 글로벌 비즈니스와 학술 교류에서도 세계 최고 행사가 탄생할지 주목된다.

2016년 8월 제주도에서 열린 IMID 2016 기조연설 모습 (자료=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2016년 8월 제주도에서 열린 IMID 2016 기조연설 모습 (자료=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와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2019년부터 IMID 학회 행사와 산업 전시회를 통합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IMID는 올해 17회를 맞았다.

과거 IMID는 학술대회와 전시회를 함께 개최하는 전문 디스플레이 행사였다. 학술대회는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전시회는 한국디스플레이학회가 각각 주관해 함께 개최했다. 그러나 2008년 유사 전시회를 합쳐 집객 효과를 높이자는 여론이 커지면서 IMID를 한국전자전에 통합했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가 주관한 한국전자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주관한 IMID,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주관한 국제반도체대전(i-SEDEX)의 기존 명칭은 그대로 사용하되 행사 장소와 기간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3개 행사를 일원화했다.

행사 통합 후 디스플레이 학계와 업계에서 우려가 컸다. IMID는 미국 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일본 국제디스플레이워크숍(IDW)과 함께 세계 3대 디스플레이 전시회로 꼽혔다. 그러나 일반 소비자 가전, 반도체 행사와 함께 열려 전문성이 퇴색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디스플레이학회는 2012년 IMID 학술대회를 한국전자전에서 분리, 별도로 개최하고 있다. 현재 IMID 학술대회는 8월, 한국전자전과 함께 열리는 IMID 산업 전시회는 10월에 각각 개최된다.

전시회와 분리되면서 IMID 학술대회 참가자는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전자전과 통합한 2008년 국내 참가자는 1987명, 해외 참가자는 240명이었다. 2012년부터 참가자가 급감해 지난해의 경우 국내 1198명, 해외 289명 등 총 1487명에 그쳤다.

표. IMID 학술대회 역대 참가자 수 (자료=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표. IMID 학술대회 역대 참가자 수 (자료=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학계 관계자는 “통합된 한국전자전 행사가 매년 일반 소비자 가전 중심으로 열리면서 상대적으로 디스플레이와 반도체는 주변 부품 행사로 위축됐다”면서 “세계적으로 전문 전시회 육성 경쟁이 치열한데 한국만 역행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학계는 IMID가 국제 행사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려면 학술대회와 전문 전시회를 반드시 통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SID는 한국, 미국, 대만, 일본, 중국 등 세계 디스플레이 연구자와 기업이 모이는 최대 행사로 꼽힌다. 세계 각국 대학과 기업의 연구 논문을 발표하는 것은 물론 첨단 제품도 함께 전시한다.

참가자와 참가 기업 수는 IMID와 비교해 차이가 크다. 54년 동안 학술대회와 전시회를 통합 개최해 온 SID에 지난해 학술대회만 2110명, 전시회 7300명(학술대회 참석자 포함)이 참가했다. 전시 참가 기업은 172개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글로벌 기업도 SID에 적극 참여한다. 애플은 매년 엔지니어 수백명을 SID에 보내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을 살핀다. 이제 SID는 학술대회와 전시회를 넘어 마케팅, 영업 등 실제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영역으로 행사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신성태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 부회장은 “디스플레이 패널 산업이 전무한 미국이 디스플레이 허브로서 종주국 역할을 하는 셈”이라면서 “IMID는 미래 디스플레이 기술을 연구해 발표하는 자리지만 실제로 볼 수 있는 실물 제품은 없는 절름발이 학술대회”라고 지적했다.

학회와 협회는 8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IMID 학술대회에서 연구 장비 위주로 소규모 전시를 시작한다. 2019년에는 장비, 부품, 재료 등 디스플레이 생태계 기업이 제품과 기술을 전시하는 통합 행사로 거듭나는 게 목표다.

김재훈 한양대 교수(IMID 특별전시위원장)는 “중국이 디스플레이 산업을 공격적으로 육성하면서 글로벌 학회와 전시회를 함께 키워 주도권을 쥐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세계 시장 선도국임을 기술로 증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문 컨벤션을 국제 행사로 키워 자리매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