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차 산업혁명 대응을 내년도 정부 예산 편성의 4대 핵심 분야의 하나로 선정했다. 경제 활성화와 새로운 성장 동력 주역으로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된 미래'다. 각국이 시장과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의 경쟁력은 선진국보다 떨어진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경제 평가 보고서에서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은 일본을 빠르게 추격했지만 4차 산업혁명 대응력 등에서 격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4차 산업혁명 대응 대표 국가인 독일은 이미 2011년부터 '인더스트리 4.0'을 국가 전략으로 내세우며 새로운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 세계적 저성장에도 독일이 유럽에서 가장 앞선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인더스트리 4.0' 전략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AI와 로봇을 앞세운 경제 부흥정책 '소사이어티 5.0'을 추진, 산업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미국에 버금가는 경제 대국으로 떠오른 중국도 '제조 2025'라는 제조 혁신 프로그램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고 있다. 세계 최강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이런 선진국과 비교하면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갈 길이 멀다. 대표 기술인 AI만 보더라도 선진국보다 몇년 뒤진다. 우리 정부가 공을 들이는 제조공장 스마트화(스마트팩토리)도 세계 최고 수준인 독일과 비교하면 질적 면에서 부족하다. 산업화에 늦었지만 그동안 우리는 디지털 시대에 빠르게 대처, 세계 10위권까지 도약했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물결 앞에 놓여 있다. 이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기에 잘못 대응하면 우리 미래는 없다. 4차 산업혁명 대응은 기본적으로 민간이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면 마중물 역할을 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 대응에 예산을 집중키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가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디테일한 집행이 뒤따라야 한다. 예산 나눠 먹기나 보여 주기식 행정으로 진행되면 우리 미래는 끝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