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흠 연세의료원장](https://img.etnews.com/photonews/1703/937972_20170329111815_926_0001.jpg)
“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우리 같은 대형병원도 침몰하고 말 것입니다.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윤도흠 연세의료원장은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절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우리나라 '빅3' 병원으로 꼽히는 세브란스병원은 하루 외래 환자만 1만 명이 넘는다. 윤 원장은 강한 어조로 우리나라의 기형적 병원 산업구조와 의료계에 불어 닥친 기술혁명을 들며 혁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은 과거 '한강의 기적'처럼 고령사회를 앞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로 부상할 것”이라며 “절반 이상이 헬스케어 영역과 연관되는데, 제대로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곧바로 위기가 된다”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떠들썩하다. 최근 병원에서 유독 강하게 주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데이터'에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전 국민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다. 전자의무기록(EMR) 등 병원 전산화 시스템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국민 건강보험 데이터를 포함, 헬스케어 정보가 넘쳐나는 국가다. 축적된 데이터에서 가치를 찾아내고 인공지능(AI) 기반 플랫폼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4차 산업혁명' 모델에 헬스케어만큼 적합한 게 없다는 말이다.
윤 원장은 “신촌 세브란스병원 기준 하루에 220기가바이트가 넘는 의료정보가 축적 된다”며 “쏟아지는 정보를 분석해 의사가 발견하기 어려운 병변을 인공지능이 알려주기도 하고, 병원 경영을 위한 기반 정보로 사용하는 등 활용처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병원은 환자 수익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각종 규제로 자본을 끌어다 투자하기도 어렵다”며 “ICT를 활용해 의료 서비스를 개선하고, 업무 환경을 효율화해 비용을 절감하지 않는다면 생존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연세의료원은 작년 8월 윤도흠 원장 취임 후 데이터 기반 '4차 산업혁명' 대응에 사활을 걸었다. 취임사에서도 정보통신(IT), 생명과학(BT),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공동 협력을 위한 생태계 구축을 최우선으로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윤도흠 연세의료원장](https://img.etnews.com/photonews/1703/937972_20170329111815_926_0002.jpg)
윤 원장은 “디지털 세브란스 2020이라는 슬로건 아래 시장을 선도할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구축을 추진 한다”며 “6가지 세부전략 목표를 설정해 내부자원 투자와 외부협력을 확대 한다”고 말했다.
연세의료원이 제시한 6대 세부 목표는 △질병 예측 시스템 △IT 기반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 △차세대 의료정보 시스템 △스마트 응급의료 시스템 △노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가상현실 시스템 △ICBM(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 기반 혁신적 치료법 개발이다. 내부 역량 활용은 물론 클라우드, 유전체 분석, 인공지능 등 10여 개 기업과 협업해 성과를 극대화한다. 셀바스AI, 미래컴퍼니 등과 개발한 질병예측 시스템, 로봇수술기가 대표적 사례다. 자연스럽게 병원이 중심이 된 헬스케어 생태계가 형성된다.
윤 원장은 IBM 왓슨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 병원과 기업이 만든 생태계를 강조했다. 자칫 시스템 종속과 의료정보 유출 우려가 있는 외산 솔루션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그는 “실제 IBM에서 제안도 했지만 초기에 잘못 도입했다가 한 시스템에 종속될 우려가 크다”며 “우리는 원유(환자 정보)가 넘치는데 정유시설(인공지능 시스템)이 없다고 싸게 팔아버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용인에 들어서는 동백세브란스병원은 대표적 협업 생태계 모델로 기대했다. 이르면 올 상반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는 동백세브란스병원은 고령화에 대비하는 '의료 클러스터'다.
윤 원장은 “고령화는 장기적으로 국가 발전에 심각한 장애물”이라며 “동백세브란스병원은 고령화 질병 연구, 치료, 재활 등 병원 역할을 포함해 신약, 로봇 등을 개발기업이 입주해 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첨단 클러스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우리나라 의료는 세계 수준에 도달했는데, 헬스케어 연구 분야로 확대하기 위해 정부의 안정적이고 확대된 지원이 필요하다”며 “지원 결과물은 기업은 물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는 한국경제를 발전시킨다”고 덧붙였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