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침체라는데...'규제'에 시름 깊은 유통업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유통산업발전법' 처리에 업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5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영세 상인들 표심을 얻기 위해 대형유통업체 출점과 영업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계속되는 분위기다. 유통업계는 포퓰리즘식 규제 남발로 반(反)기업정서 확대와 내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2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발의돼 계류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22개에 달한다. 정당별로는 더불어민주당 10개, 자유한국당 5개, 국민의당 4개, 정의당 1개, 무소속 2개 등이다. 이달에만 상권영향평가 주체 변경과 출장세일 금지 등 2건의 법안이 추가됐다.

내수침체라는데...'규제'에 시름 깊은 유통업계

대부분이 대형 유통사업자 규제다. 백화점, 대형마트, 시내면세점, 편의점 등 영역도 광범위하다. 주요 내용으로는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 △출장세일 금지 △초대형 점포 개설시 상권영향평가 범위 확대 △대형점포 개설·변경시 지역협력계획 이행 등이 있다.

김종훈 무소속 의원은 대형마트는 물론 백화점과 면세점까지 의무휴무일을 현행 매월 2회에서 매주 일요일로(월 4회) 확대하고 추석과 설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는 내용 등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형유통점포 입점을 현행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변경해야 한다는 법안을 꺼냈다.

또 아울렛과 대형복합쇼핑몰도 휴일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안은 물론이고 편의점 밤 12시 이후 심야영업을 규제하는 방안도 정치권에서 논의 중이다. 성장한계에 직면한 백화점 업체의 돌파구로 떠오른 출장세일도 금지한다는 내용도 있다. 상권영향평가 범위도 현행 3km에서 10km로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이 같은 규제들이 모두 통과될 경우 유통업체 신규 출점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유통업계는 매장 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중소상인과 납품업체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소비자 편익 저하와 내수가 위축되는 등 2차 피해에 대한 우려도 있다.

업계는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규제에 유통업계에서는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는 것과 동시에 불만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 선택권 침해라는 비난 여론에도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규제를 강화했지만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도입한지 5년이 지났음에도 의무휴업인 날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는 늘지 않았다. 이에 규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실익과 폐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남발성 규제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내수침체라는데...'규제'에 시름 깊은 유통업계

유통업체들은 대규모 점포를 개설하거나 전통상업보존구역에 점포를 개설할 경우 지역협력계획서를 내는 등 상생을 위한 여러 방안들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만으로 시장을 다스리려는 정치권 움직임에 불신도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는 내수 살리기에 힘을 쏟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그 중심에 있는 유통업계 규제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발의된 개정안이 모두 통과된다면 유통산업 존립을 위협하고 투자, 고용 등이 크게 위축돼 오히려 내수가 침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